2014년 여름도 역시 견디기가 힘들다. 그래도 명량이란 영화에서 우리 역사의 위대한 순간을 기억할 수 있어 이 여름의 불쾌감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그러나 그 명량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너무 수치스럽고 죄스럽다. 400여년 전 단 13척의 배로 이순신 장군께서 나라를 구하신 곳, 그곳 가까운 곳에서 21세기의 우리는 온갖 첨단장비와 기술을 갖고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나라는커녕 단 한명의 생명도 구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우리 사회와 문화는 온갖 엽기적 사건으로 혼란스럽다. 이 혼란은 단지 질서가 흩트려졌다는 정도가 아니라 과연 이것이 우리가 사는 현실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비현실적이거나 아니면 초현실적이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상상할 수 없는 부조리한 사건들이 사회 곳곳에 자행되고 있음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이 부조리 사건들을 해결한다는 과정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그리하여 부조리는 더욱 기괴한 방향으로 진화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각종 매스컴이 선정적 보도 경쟁에 빠져들면서 온갖 외설적인 음모론으로 증폭된다. 오늘도 신문을 펼쳐들면, 기괴한 사건에 대한 엽기적 보도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실로 사회적 공황상태를 불러올 정도의 내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마치 공황에 대한 신경이 마비된 듯, 부조리나 악에 대한 분노의 감정도 잃어버린 듯, 거의 비인간화된 반응을 보인다. 우리사회는 1920년대 독일 초현실주의 영화의 무대가 된 듯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기괴한 인물들이 평범한 인간으로 활동하는 공간이 되었다. 정말 우리사회 전체가 정신분열적 상태에 빠진 것은 아닌가.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망을 자랑하며 온갖 정보가 거의 나노 초단위로 소통되는 곳. 사방에 CCTV가 설치되어 구석 구석이 감시되고 있는 곳. 그동안 이룩한 경제성장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는 곳. 이런 곳이 우리사회다. 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며, 또 정부의 각 기관은 서로 소통도 협력도 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인가. 그러한 가운데 국민은 정신분열적 일상을 살면서 모든 감지능력과 판단능력을 마비시키는 자기방어기제를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종 본부를 설치하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급기야는 국가 대개조 혹은 국가 대개혁이란 어마어마한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정말 역사적 변혁이 일어날 것인가.
하지만 아직까지는 엄청난 충격을 던질 이 국가 대개조란 프로젝트는 다만 요란한 굉음만을 갖고 있을 뿐 아무런 내용이 없다.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개조할지에 대한 논의는 유감스럽게도 실종된 듯하다. 만일 국가대개조란 그 거대하고 위대한 프로젝트가 의미는 없고 이미지만을 갖는 광고 홍보문구와 같은 것이라면, 그리하여 늘 그렇듯 미국의 사례가 벤치마킹된 정책보고서로 만들어지고 그것으로 끝난다면, 이 정부는 정녕 역사에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개조나 대개혁 같은 시대사적 구호가 아니다. 금년 들어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조금만 깊이 성찰해보면 분명해지는 점이 있다. 우리사회에는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원칙이 실종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지로 우리는 효율성과 경쟁이라는 경제성장의 운영원리에 매몰되어 공동체와 그 공동체를 지속시키는 정의와 용기 그리고 자신의 직무와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잃어버렸다. 국가의 목표를 경제성장에만 집착시킴으로써 사회를 지속시키는 인간적 덕목과 사회적 자본을 파탄시켰다.
이제 우리는 국가의 최우선과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경제성장으로 존립하는 사회는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경우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의와 용기 그리고 책임감 같은 공동체의 기본원리가 사회적 자본으로 살아 있는 곳에서는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경우에도 공동체는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그러한 한에서만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하다. 정의, 용기,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책임감이 살아 있으면, 패배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이순신 장군께서 우리에게 남긴 진리이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세계 최고의 정보통신망을 자랑하며 온갖 정보가 거의 나노 초단위로 소통되는 곳. 사방에 CCTV가 설치되어 구석 구석이 감시되고 있는 곳. 그동안 이룩한 경제성장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생활수준을 누리고 있는 곳. 이런 곳이 우리사회다. 그런데 어떻게 이토록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하며, 또 정부의 각 기관은 서로 소통도 협력도 되지 않는다고 아우성인가. 그러한 가운데 국민은 정신분열적 일상을 살면서 모든 감지능력과 판단능력을 마비시키는 자기방어기제를 무의식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종 본부를 설치하고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해결되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급기야는 국가 대개조 혹은 국가 대개혁이란 어마어마한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정말 역사적 변혁이 일어날 것인가.
하지만 아직까지는 엄청난 충격을 던질 이 국가 대개조란 프로젝트는 다만 요란한 굉음만을 갖고 있을 뿐 아무런 내용이 없다.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개조할지에 대한 논의는 유감스럽게도 실종된 듯하다. 만일 국가대개조란 그 거대하고 위대한 프로젝트가 의미는 없고 이미지만을 갖는 광고 홍보문구와 같은 것이라면, 그리하여 늘 그렇듯 미국의 사례가 벤치마킹된 정책보고서로 만들어지고 그것으로 끝난다면, 이 정부는 정녕 역사에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개조나 대개혁 같은 시대사적 구호가 아니다. 금년 들어 일어난 여러 사건들을 조금만 깊이 성찰해보면 분명해지는 점이 있다. 우리사회에는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원칙이 실종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지로 우리는 효율성과 경쟁이라는 경제성장의 운영원리에 매몰되어 공동체와 그 공동체를 지속시키는 정의와 용기 그리고 자신의 직무와 타인에 대한 책임감을 잃어버렸다. 국가의 목표를 경제성장에만 집착시킴으로써 사회를 지속시키는 인간적 덕목과 사회적 자본을 파탄시켰다.
이제 우리는 국가의 최우선과제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경제성장으로 존립하는 사회는 경제성장이 정체되는 경우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의와 용기 그리고 책임감 같은 공동체의 기본원리가 사회적 자본으로 살아 있는 곳에서는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경우에도 공동체는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그러한 한에서만 지속적인 경제성장도 가능하다. 정의, 용기, 그리고 공동체를 위한 책임감이 살아 있으면, 패배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 이것이 이순신 장군께서 우리에게 남긴 진리이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