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섬유' 의류 대량생산 시대 열었다 뉴욕 박람회서 나일론 제품 첫선… 방탄복·우주복 등 적용범위 '무궁무진'
석유는 가정용, 산업용 에너지원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석유로부터 우리가 입고 있는 부드럽고 뽀송뽀송한 옷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대부분은 석유에서 나온 석유화학 제품을 원료로 한 실로 옷을 만든 것입니다. 지금 입고 있는 옷 안쪽의 태그를 한번 봐 볼까요?
태그의 옷감 성분 조성표에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레이온 등 석유화학제품 이름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것들이 바로 석유에서 나오는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한 합성섬유입니다. 섬유 중에 천연섬유를 제외한 모든 섬유는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만든 합성섬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합성섬유로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아크릴 섬유 등이 있습니다.
◇나일론,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든 섬유=세계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은 석탄에서 분해된 탄산과 석유에서 만든 아디프산(adipic acid)을 원료로 반응시킨 제품입니다. 나일론은 듀폰사가 처음 개발해 '석탄과 공기와 물만으로 만든 섬유',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이라며 1939년에 뉴욕 만국 박람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출품작 중의 하나였습니다. 1940년 당시 뉴욕에서 나일론 스타킹이 처음 발매됐을 때 불과 몇 시간 만에 400만켤레가 팔렸다고 합니다. 나일론의 발견으로 그동안 면화, 비단, 모피 등의 자연물에 의존하던 섬유 생산이 인공으로 대량 생산되는 화학제품으로 넘어가, 의복의 재료를 값싸게 얻는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폴리에스터, 다리지 않는 섬유=합성섬유 중에서 가장 대량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것은 폴리에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폴리에스터는 단독으로는 물론이고 면과의 혼방, 모직과의 혼방으로도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폴리에스터는 섬유 가닥 속에 구멍이 있어 보온력이 좋아 겨울 외투나 점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에 빨아 입을 수 있어 일명 물실크로 불리는 폴리에스터는 광택이나 촉감이 실크와 거의 같아 속옷, 웨딩드레스, 전통의복인 한복에까지 사용됩니다. 사실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들 수 없는 옷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능 섬유인 폴리에스터는 어떻게 개발됐을까요?
참고로 제품명에 '폴리'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폴리' 뒤에 나오는 제품이 다량 중합돼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예를 들어 폴리에틸렌은 에틸렌이 다량 중합됐다는 뜻입니다.
단, 폴리에스터의 경우는 '에스터'라는 제품이 중합된 것이 아니라 '에스터'라 불리는 결합형태가 반복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폴리에스터는 아로마틱 화합물과 에틸렌계 제품을 반응시켜 에스터 결합으로 연결되는 고분자 합성에 만든 제품입니다.하지만 최근에는 천연섬유를 능가하는 감촉과 기능성을 겸비한 합성섬유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일상생활부터 산업까지 그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온도 변화에 따라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 섬유,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축열 섬유, 방수 스키복이나 방수 재킷처럼 땀은 빠져 나가지만 빗물은 스며들지 않는 기능을 가진 섬유들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합성섬유 중에는 아라미드라는 초강력 섬유가 있는데, 이 섬유는 강도가 우수하고 내열성이 좋아 특히 산업용으로 폭넓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라미드로 만드는 섬유는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반드시 입어야 하는 방진복부터 방탄복, 소방대원의 방열복, 용접공의 용접복, 우주왕복선의 우주복으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합성섬유의 적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탄소섬유나 인공 피혁, 심지어는 인공 장기 기술로 이어지는 등 그 적용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석유로 빨래를?=최근 세탁기에 투입되는 세제가 시커먼 석유에서 추출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기원전까지 인류는 세제를 사용한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초목의 재를 물에 개어 빨래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더이상 발전된 형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대 인류는 씻는 습관이 거의 없었고, 대신 강한 향이 나는 향유를 사용해 몸냄새를 감춘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기원후부터 서서히 세제 형태의 제품이 생산되는데, 동물의 기름과 잿물을 함께 끓여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동물의 기름이라는 매우 한정적인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귀족층만 사용할 수 있었고, 대부분 양잿물세탁, 즉 손빨래로 세탁을 했다고 알려집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계면활성제(물과 기름의 경계면에서 흡착해 그 경계면에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현저하게 바꿔주는 역할)를 주재료로 하는 합성세제가 개발됐습니다. 계면활성제는 한 분자가 친유성과 친수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한 팔로 물을 잡으면서 다른 팔로 이 물질을 잡아 세탁물로부터 분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계면활성제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의 하나인 벤젠과 황산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세제에는 분리된 이물질이 다시 세탁물에 붙지 않게 하는 성분, 세탁물의 색을 돋보이게 하는 염료 등이 들어 있는데, 이들 또한 주로 석유화학제품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에게 청결함을 선사하는 합성세제에서 석유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실은 세제가 석유화학제품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정유진기자 yjin@dt.co.kr
태그의 옷감 성분 조성표에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레이온 등 석유화학제품 이름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것들이 바로 석유에서 나오는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한 합성섬유입니다. 섬유 중에 천연섬유를 제외한 모든 섬유는 석유화학제품을 원료로 만든 합성섬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합성섬유로는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아크릴 섬유 등이 있습니다.
◇나일론, 석탄과 공기와 물로 만든 섬유=세계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은 석탄에서 분해된 탄산과 석유에서 만든 아디프산(adipic acid)을 원료로 반응시킨 제품입니다. 나일론은 듀폰사가 처음 개발해 '석탄과 공기와 물만으로 만든 섬유', '거미줄보다 가늘고 강철보다 질긴 기적의 실'이라며 1939년에 뉴욕 만국 박람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출품작 중의 하나였습니다. 1940년 당시 뉴욕에서 나일론 스타킹이 처음 발매됐을 때 불과 몇 시간 만에 400만켤레가 팔렸다고 합니다. 나일론의 발견으로 그동안 면화, 비단, 모피 등의 자연물에 의존하던 섬유 생산이 인공으로 대량 생산되는 화학제품으로 넘어가, 의복의 재료를 값싸게 얻는 길이 열리게 된 것입니다.
◇폴리에스터, 다리지 않는 섬유=합성섬유 중에서 가장 대량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것은 폴리에스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폴리에스터는 단독으로는 물론이고 면과의 혼방, 모직과의 혼방으로도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폴리에스터는 섬유 가닥 속에 구멍이 있어 보온력이 좋아 겨울 외투나 점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에 빨아 입을 수 있어 일명 물실크로 불리는 폴리에스터는 광택이나 촉감이 실크와 거의 같아 속옷, 웨딩드레스, 전통의복인 한복에까지 사용됩니다. 사실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들 수 없는 옷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만능 섬유인 폴리에스터는 어떻게 개발됐을까요?
참고로 제품명에 '폴리'라는 접두어가 붙으면 '폴리' 뒤에 나오는 제품이 다량 중합돼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예를 들어 폴리에틸렌은 에틸렌이 다량 중합됐다는 뜻입니다.
단, 폴리에스터의 경우는 '에스터'라는 제품이 중합된 것이 아니라 '에스터'라 불리는 결합형태가 반복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폴리에스터는 아로마틱 화합물과 에틸렌계 제품을 반응시켜 에스터 결합으로 연결되는 고분자 합성에 만든 제품입니다.하지만 최근에는 천연섬유를 능가하는 감촉과 기능성을 겸비한 합성섬유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일상생활부터 산업까지 그 활용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온도 변화에 따라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 섬유, 태양열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축열 섬유, 방수 스키복이나 방수 재킷처럼 땀은 빠져 나가지만 빗물은 스며들지 않는 기능을 가진 섬유들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합성섬유 중에는 아라미드라는 초강력 섬유가 있는데, 이 섬유는 강도가 우수하고 내열성이 좋아 특히 산업용으로 폭넓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라미드로 만드는 섬유는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반드시 입어야 하는 방진복부터 방탄복, 소방대원의 방열복, 용접공의 용접복, 우주왕복선의 우주복으로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합성섬유의 적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탄소섬유나 인공 피혁, 심지어는 인공 장기 기술로 이어지는 등 그 적용 가능성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석유로 빨래를?=최근 세탁기에 투입되는 세제가 시커먼 석유에서 추출된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기원전까지 인류는 세제를 사용한 기록이 없다고 합니다. 다만 초목의 재를 물에 개어 빨래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더이상 발전된 형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고대 인류는 씻는 습관이 거의 없었고, 대신 강한 향이 나는 향유를 사용해 몸냄새를 감춘 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기원후부터 서서히 세제 형태의 제품이 생산되는데, 동물의 기름과 잿물을 함께 끓여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동물의 기름이라는 매우 한정적인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부 귀족층만 사용할 수 있었고, 대부분 양잿물세탁, 즉 손빨래로 세탁을 했다고 알려집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계면활성제(물과 기름의 경계면에서 흡착해 그 경계면에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현저하게 바꿔주는 역할)를 주재료로 하는 합성세제가 개발됐습니다. 계면활성제는 한 분자가 친유성과 친수성을 동시에 갖고 있어, 한 팔로 물을 잡으면서 다른 팔로 이 물질을 잡아 세탁물로부터 분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계면활성제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의 하나인 벤젠과 황산으로 만든 것이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세제에는 분리된 이물질이 다시 세탁물에 붙지 않게 하는 성분, 세탁물의 색을 돋보이게 하는 염료 등이 들어 있는데, 이들 또한 주로 석유화학제품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에게 청결함을 선사하는 합성세제에서 석유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지만, 실은 세제가 석유화학제품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정유진기자 yji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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