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지원과 성과평가는 대부분 단기적 성격
한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접근 어려워
지원방식 혁신으로 연구 생태계 바로 잡아야
한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접근 어려워
지원방식 혁신으로 연구 생태계 바로 잡아야
![[시론] 연구 지원체계 다시 마련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410/2014102302102351607001[1].jpg "[시론] 연구 지원체계 다시 마련해야")
최근 휴대전화,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TV 등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5대 주력산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보도와 함께, 한국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이 올 들어 0%대로 추락한 것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 수 아래인줄 알았는데… 中 기술력, 어느새 세계 정상급'이라는 헤드라인 아래 중국이 삼성·LG·소니가 독차지하던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당당히 획득했다는 내용이 주요 일간지 1면 톱이다.
그런데 이러한 외부의 도전을 넘어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기초연구가 뒷받침되고 창업이 활발해져야 하는 데, 기초연구, 창업 모두 불안정한 상태다. 정부는 매년 R&D 예산을 증가시켜왔지만, 연구 지원에 대한 현장 체감도는 나빠져 작년에는 중견연구, 올해는 일반연구 '대란'을 걱정하기도 했다. 두터워진 우수 중견연구자 층은 우리의 큰 자산인데, 10명 중 1명 꼴로 과제가 선정되다 보니, '연구를 포기 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사기가 떨어져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환경에서는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에 마음껏 도전할 수 없다. 연구비 지원과 성과 평가는 대개 단기적이고, 계량적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연구의 가치보다는 업적 기준 맞추기에 급급하다. 또한 우수 연구자들도 연구비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한 주제에 지속적으로 파고들기 어렵고 늘 불안하다. 지난 7일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3명의 일본학자들처럼 '외골수' 과학자가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환경이다.
창업 분야도 현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기업가 정신을 아무리 잘 배워도, 일단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금융회사들은 담보를 요구하고, 투자자들은 검증된 제품을 요구한다. 미국, 이스라엘 등은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대담하게 도전하도록 격려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 우리에게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지원 방식의 혁신'이다. 연구 생태계를 보다 생산적으로 전환시키려면, 연구 역량이 있는 사람에게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연구 분야와 과제들의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맞춤형 지원 및 평가 체제로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는 영역별 커뮤니티에 '묶음 예산지원(block funding)'형태로 지원할 때 가능하다. 전문성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 우리에게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평가 혁명'이다. 우리 사회는 연구자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 지가 명확치 않다. 논문 편수인지, 특허 개수인지, 아니면 연구결과의 영향력(impact)인지. 이제는 성과 평가 시 긴 안목에서 그 성과의 영향력을 제대로 읽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가치 지향적 연구문화가 형성된다. 또한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살리려면, 실패를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한국은 비상시국이므로, 비상한 사람들이 비상한 방법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라는 한 원로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동안 우리를 답답하게 했던 지금까지의 지원 및 평가 시스템은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생태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없다. '비상한 방법'이 필요하다. 급변하는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는 전략의 문제다. 이를 위해 '비상한 사람들'도 찾아야 한다.
민경찬 연세대 수학과 교수·과실연 명예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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