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투자 단기간 수익 창출 요원… 투자비 축소도 어려워
개발 성공해도 실적반영 장시간 소요… 수익악화 '딜레마'
개발 성공해도 실적반영 장시간 소요… 수익악화 '딜레마'
국내 제약사들이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제약사들은 이로 인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보건산업진흥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1개 혁신형제약기업의 R&D 투자금액은 지난 2010년 7595억원에서 2011년 9172억원, 2012년 9551억원, 2013년 1조415억원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R&D 투자금액은 4년간 37%가 늘어난 규모이며,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도 2010년 10.07%에서 2011년 11.58%, 2012년 11.77%에 이어 지난해 12.30%까지 꾸준히 늘어났다.
하지만 지나치게 불어난 R&D 비용이 단기적인 수익 악화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
다른 분야에 비해 오랜 기간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신약 R&D 특성상 수익이 악화하더라도 쉽게 비용 투자를 줄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신약 개발에 성공해도 허가 과정 등으로 실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리는 것도 넘어야 할 고비다.
지난해 R&D 투자액이 1000억원을 돌파한 한미약품은 올해도 매출액 대비 20%를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R&D 비용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이미 상반기에만 2808억원의 매출액 중 20.6%에 해당하는 579억원을 R&D에 투자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1% 감소했다. 증권가의 실적 추정치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이번 3분기 영업이익도 작년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같은 수익성 악화의 원인은 해외 임상 등으로 인한 R&D 비용 증가로 분석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당뇨신약 등의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며, 표적항암제 등 20개 이상의 R&D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 중에는 상용화에 근접한 제품들도 다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충분하지만 단기적인 실적 악화는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R&D 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던 LG생명과학도 최근 수익 악화를 겪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영업손실 48억원과 당기순손실 81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업계 최고 수준의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LG생명과학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에만 매출의 20.6%에 해당하는 376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실적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 제약 업계 환경에 맞도록 보다 전략적인 R&D 투자를 통해 실적과 연구성과를 함께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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