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콘이나 샤오미 등은 '따라쟁이 전략'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
다양한 전략 앞세워 추격자 따돌려야
글로벌 기업으로 급성장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
다양한 전략 앞세워 추격자 따돌려야
![[시론] 중국 IT기업 추격 이겨내려면](http://contents.dt.co.kr/images/201410/2014103102102351607001[1].jpg "[시론] 중국 IT기업 추격 이겨내려면")
핵심역량이란 개념으로 유명한 미국의 경영학자인 프라할라드(Prahalad)와 하멜(Hamel)은 1990년 작성한 논문에서 "삼성, 대우, LG와 같은 한국기업들은 그들의 잠재적 경쟁자들의 계약생산을 담당하면서 계약생산을 의뢰했던 사업자들의 원천적인 생산설비투자 의욕을 무력화했으며, 이러한 결과 경쟁자의 자원과 자금을 가지고 자신들 고유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활용했다. 반대로 이들에게 계약생산을 의뢰했던 기업들은 자신들 고유의 경쟁력을 점차로 상실했다"고 주장하면서 당시의 선진국 기업들에게 해외의 계약생산업자들과의 전략적 제휴의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두 교수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정말 열심히 계약생산과 따라하기를 통한 추격으로 IT 강국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IT 기업들은 심각한 중국의 추격을 직면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IT 기업들은 과거의 우리나라 같은 계약생산업자나 따라쟁이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우리 기업들을 추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애플의 아이폰을 만들어 주고 있는 팍스콘은 자체디자인생산(ODM) 방식을 통해 2013년 1,318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다. 팍스콘의 중국공장 근로자 수는 130만 명에 달하며 최근 미국, 브라질 등 해외에도 현지 제조 시설을 속속 구축하고 있으면서 수출 총액은 중국 전체의 6%에 달하고 있다. 최근에 팍스콘은 중국 북부지역에 디스플레이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선언하여 애플에 납품을 하고 있던 우리나라의 관련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1984년 창업한 레노버는 2005년 IBM으로부터 브랜드를 포함한 PC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크게 성장한다. 이때 IBM이 지분투자를 하도록 유도해, IBM을 전략적 동반자이자 확고부동한 고객사로 만든 것이 아주 적절한 성장전략이었다. 즉, 단순한 계약생산이 아닌 창의적인 인수로 레노버는 IBM의 모든 기존 고객들을 고스란히 흡수하여 PC사업의 기존 매출을 일순간에 4배 이상 신장시켰다. 현재 레노버는 세계 PC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흑자를 남기는 PC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창립한지 4년밖에 안되는 샤오미 역시 주목해야 할 추격자이다. 샤오미는 애플의 디자인과 비슷하고 삼성전자 못지않은 사양의 스마트폰을 생산하지만, 삼성전자나 애플의 반값 정도의 가격으로 승부한다. 2011년 아이폰 디자인을 모방한 스마트폰 'Mi-1'을 내놓으면서 당시 최고경영자가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등장해서 제품 발표를 하여 프레젠테이션까지 따라한다고 비판을 받았지만 이제는 샤오미를 따라하는 기업이 나올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휴대폰 자체는 싼 값에 넘기고 거기에 부가되는 소프트웨어나 응용 어플리케이션 등 부가서비스에서 1억6천만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또한 샤오미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변형해 만든 'MIUI'란 자체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이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TV 등 다양한 단말기에 담아서 판매한다. 이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통해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한 것을 따라 하는 것으로,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하였기에 파괴적인 위력을 가진다. 온라인 판매에 주력해 유통 비용을 최소화하는 샤오미의 판매방식은 델 컴퓨터의 주문생산을 따라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단순한 베끼기보다는 SNS에 제품을 미리 올려보고 소비자들의 호응 정도를 살펴본 이후에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는 점에서는 패스트 패션 기업들의 판매 방식을 가미했고, 제한된 시간에 수요보다 적은 제품을 판매하여 소비자를 애태우게 하는 헝거 마케팅 등을 사용하는 것은 가히 창조적인 따라하기이다.
중국의 IT기업들은 이제 단순한 따라쟁이나 계약생산업자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됐다. 이들의 추격을 이겨내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역량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 기술개발의 가속화, 제조와 서비스의 융합 등 다양한 전략들이 학계와 업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빠른 시간내에 실행되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전략을 통해 중국의 추격자들을 효과적으로 따돌리지 못한다면 IT 기업들만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이 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충분히 크다.
이희상 성균관대학교 시스템경영공학과·기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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