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막 '북미영상의학회'서 디지털 엑스레이·이동형 CT 등 공개
ICT 접목한 '현장진단 솔루션' 체외진단기기 세계적 유통망 입점도
전략적 신흥사업 육성 중국 맹추격에 CT·MRI 기술력 확보 온힘
ICT 접목한 '현장진단 솔루션' 체외진단기기 세계적 유통망 입점도
전략적 신흥사업 육성 중국 맹추격에 CT·MRI 기술력 확보 온힘
삼성이 의료기기로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의 역량을 모은 제품을 북미 시장에 선보이는 한편,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 가능한 체외진단기를 세계에 판매할 파트너와도 손을 잡았다. 내년에는 고정형 컴퓨터단층촬영(CT)장비를 내놓고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26일 삼성측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은 오는 30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영상의학회(RSAN) 2014'에 디지털 엑스레이와 초음파 진단기기, 이동형 CT 등을 선보인다. RSNA는 매년 6만명 이상의 영상의학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전시회로, GE, 지멘스, 필립스를 비롯한 세계 의료기기 업체들이 영상의학 분야 첨단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 전시회에 처음 선보일 디지털 엑스레이 신제품 'GC85A'는 기존 모델인 'GC80'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함께 전시될 이동형 엑스레이 'GM60A'는 스페인 의료기기 OEM 전문업체 세테칼사의 제품을 도입해 자사 최신 무선 디텍터(투사된 엑스레이 영상을 디지털 정보로 바꿔주는 장치)인 'S디텍터'와 영상처리 기술 'S-뷰'를 적용한 장비다. 이동형 CT는 그동안은 지난해 인수한 '뉴로로지카' 제품을 그대로 선보였지만, 이번 전시회에는 외부 디자인을 바꾸고 삼성 로고를 부착한 제품을 전시한다.
◇초음파 진단기기, '전자+메디슨' 시너지 기대=특히 삼성은 RSNA에서 초음파 진단기기 'RS80A'에 대한 심포지엄과 워크숍 등을 열고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지난 6월 출시된 RS80A는 회사에서 최초로 개발한 영상의학과용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로,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영상처리 기술과 삼성메디슨의 고성능 프로브(탐촉자) 기술이 접목됐다.
세계 초음파진단기 시장 규모는 약 60억달러로, 삼성메디슨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약 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메디슨은 삼성전자에 인수된 후 기존에 주력하던 산부인과용 중저가형 제품에서 탈피, 모기업의 ICT 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결합한 프리미엄급 장비와 현장진단용(POC) 초음파 진단기기로 영역을 확대해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이 합병되면 초음파 진단기기 분야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ICT 접목 '현장진단' 시장 공략=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인 서모피셔사이언티픽과 체외진단 분야 사업협력을 체결했다. 이로써 세계 100여개 국에 판매망을 가진 서모피셔사이언티픽을 통해 체외진단기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체외진단기기는 삼성의 '현장진단 솔루션'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휴대 가능한 크기에 통신 기능을 갖춰 응급차에서 바로 혈액검사를 해 결과를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 이미 스코틀랜드 국영 의료 시범사업에서 건당 1250달러의 처치 비용과 2시간 30분의 대응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동 가능한 크기에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현장진단 의료기기는 삼성의 생활가전과 IT 노하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꼽힌다. 삼성메디슨의 현장진단 초음파기기 'HM70A'와 'PT60A'는 각각 영국과 미국에서 국가 의료 프로젝트에 투입돼 시험이 이뤄지고 있고, 이동형 엑스레이와 CT도 스포츠 현장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CT·MRI 제품 나와야 본격 승부=의료기기의 진검승부는 CT나 자기공명영상(MRI) 장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CT와 MRI는 2011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 규모가 각각 37억달러, 42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다. GE, 지멘스, 필립스 등 다국적 기업과 도시바, 히타치 등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고, 국내에는 아직 제대로 상용화된 제품이 없다.
삼성은 CT를 내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의료기기 관계자는 "내년 초 고정형 CT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필드 테스트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제품은 완성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의료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의료기기 산업 특성상 논문 등 임상 자료와 사용 경험이 쌓여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최근 국내 의료기관 및 연구자들과 접촉을 늘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CT와 달리 MRI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CT는 원형의 엑스레이 기계에 사람이 들어가 인체 횡단면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장비로, 삼성이 비교적 오랫동안 기술을 축적해온 분야다. 하지만 MRI는 기술적 기반이 전혀 달라 장벽이 있다. 삼성은 지난 2010년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후 국내외 전문가들을 모아 MRI 개발을 시작했지만, 아직 상용화 수준에는 이르지 못 했다. 현재 수원의 한 대학 연구소에서 3T MRI 장비 임상연구를 하고 있으며, 해외 유명대학 석좌교수 출신의 MRI 분야 석학을 자문으로 영입하는 등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첨단 의료기기 기술을 개발하는 중국의 위협도 삼성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의료기기 산업을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어 선수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 정부가 MRI 등 첨단 의료기기 개발에 매년 수천억원을 투입하고 있어 중국으로 세계적인 연구자들이 모여들고 있다"며 "기술 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나머지 시장을 모두 중국에 넘겨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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