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적으로 비강과 뇌는 1개의 얇은 골벽으로 접해있다. 사골동은 사판으로, 전두동은 내벽으로 접해있는데 이 두개의 두께가 불과 0.03~0.04mm 정도로 얇고 작은 구멍들이 나있기 때문에 옛날 선현들은 이 구멍으로 뇌의 찌꺼기가 빠져나온다고 생각했다. 동의보감 비부 후편에 보면, 콧물 즉, 비연(鼻淵)을 공뇌사(空腦砂)라고 하는데 '벌레가 뇌를 갉아먹고 나온 찌꺼기'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현대의학적으로 보면 우스운 일이겠지만 그 당시에서도 해부학적인 구조물을 눈으로 보고 치료에 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우리 몸의 비강과 4개의 부비동은 뇌의 열을 식혀주는 라지에이터의 역할을 하는데 뇌 바로 밑에 위치해 있다. 뇌는 무게가 몸의 40분의 1밖에 안되지만 에너지는 전체의 4분의 1을 사용한다. 당연히 열도 많이 날 수밖에 없는데 비염이 생겨서 그 냉각 역할을 못하게 될 때 두통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높아지게 된다.
또한 비강은 직접 안와(眼窩)와 접하든가 이관(耳管)으로 중이강(中耳腔)에 이어져 있고 또 인두, 후두, 식도 등에도 연속되어 있다. 알레르기성이든 위축성이든 비후성이든 비염이 진행되면 부비강의 환기장애, 배설장애가 생겨서 누런 농이 고이게 되는데 이 때 분비물의 부패에 의해 생긴 가스가 차면서도 통증이 생기게 된다. 머리가 아프고 킁킁거리고 코의 밑뿌리가 아프다든가 무겁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특히 머리를 숙이고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 축농증이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증의 부위에 따라서는 몇 가지 원인이 다를 수도 있다. 태양혈 뚫고 지나는 듯한 측두통(側頭痛)과 견치통(犬齒痛)은 상악동염을 의심해볼 수 있고, 극심한 전두통(前頭痛)일 경우에는 전두동염, 멍한 느낌의 후두통(後頭痛)은 접형동염, 눈에 초점이 안맞고 뻑뻑한 느낌이 들면 사골동염이 원인일 수 있다.
통증의 양상도 극렬한 것은 급증실증으로 볼 수 있고 은은한 통증은 어느 정도 완화된 농이 고여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통 축농증이 생기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비성주의불능증(鼻性注意不能症)이라 불리는 증세를 일으킨다. 특히 신경질적인 사람이 많고 기분이 불안정하게 되고 일에 끈기가 없어진고 주의력이 산만해지고 기억력도 감퇴한다.
이럴 때는 신선한 공기로 환기시켜주고 뇌에 산소공급이 잘 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원인질환이 되는 비염과 축농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두통을 해결하기는 어려워진다. 오히려 습관적으로 두통약을 먹으면서 버티다가 만성으로 진행되면 치료의 적기를 놓치므로, 특히 사춘기 전후로 머리가 멍하고 띵한 두통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 집중력 장애로 연결 될 수 있으므로 치료받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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