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비용 평가 못받아
공공 IT사업 참여조차 못해
인증절차 간소화 지원 절실
공공 IT사업 참여조차 못해
인증절차 간소화 지원 절실
공공시장 진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국산서버 업계가 고가의 성능평가 인증 규정 때문에 사업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공정한 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인증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11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많은 공공기관이 서버를 구매할 때 미국 성능평가기관 TPC(Transaction Processing Performance Council)가 인정한 성능 수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 평가가 끝난 글로벌 외산 업체와 달리 국산서버업계는 수 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에 평가를 받지 못해 사업 참여조차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HP나 델, IBM 등 글로벌 서버업체들은 매년 TPC를 통해 제품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도 TPC의 성능평가 단위인 'tpmC'를 도입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다. tpmC는 1분당 트랜잭션 처리성능을 뜻한다.
우리나라 역시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지침에 따라 서버 등 하드웨어(HW) 도입 기준으로 tpmC를 기본으로 하되 용도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을 통해 공고되는 대부분의 RFP에는 서버규격으로 tpmC 수치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산서버 업계에는 이 같은 기준이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 TPC의 성능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연간 최대 6000만원 이상의 비용과 한 달 이상의 시간을 미국에 상주해 평가를 받아야 하는데,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국산 서버업체 중 평가를 받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중소 서버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미래부가 ICT장비 활성화 방안도 발표하고 사회적 분위기도 국산서버 도입으로 흘러갔지만, 정작 성능평가 규정이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민간부문에서 tpmC를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공공기관은 미국 성능평가기관이 인정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부분이 이 수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초 공고된 한국거래소의 '청산결제시스템 노후기기 교체를 위한 인프라 도입 및 구축 사업'을 포함해 기상청, 기획재정부 등 주요 공공기관의 사업에서 x86서버의 필요성능 기준을 tpmC로 규정했다.
국산서버 업계뿐 아니라 전문가들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위해 tpmC 기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다만 중소 서버업체들이 TPC의 성능평가를 받기에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즉 국내 기관이 TPC와 협의해 평가 업무를 위임받고, 정부가 평가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면 국산업체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협회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도 자국 장비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정부가 직접 TPC와 평가 협약을 맺고 거의 무상으로 성능 평가를 해주고 있다"며 "실제 TTA도 지난해 TPC의 핵심관계자와 평가 위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결국 예산확보에 실패해 중단했다"고 말했다.
김근영 미래부 정보통신산업과 사무관은 "현재 이와 관련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정부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만약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면 국내에 TPC 평가와 관련한 시설을 두는 것이 방법 중 하나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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