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5가 10평 공장·3평 매장으로 시작… 현재 ‘블랙야크’의 시초
아웃도어는 언제부턴가 우리 생활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아웃도어(outdoor)'의 사전적 의미는 좁게는 등산활동, 넓게는 야외에서 일어나는 각종 레저활동을 의미하지만, 아웃도어 의류를 뜻하는 '아웃도어 룩(look)'의 줄임말로 흔히 쓰이고 있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성장세를 거듭해 7조원이 넘는 시장을 형성했으며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아웃도어의 시작은 '동진산악'=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 국내 등산장비 시장은 미군이 야전에서 사용하는 군수품을 개조해 만든 텐트, 침낭, 배낭이 전부였습니다. 수입 등산장비는 사치품으로 분류돼 높은 관세를 물리던 시절이어서 등산객들은 군용 반합으로 취사하고 군복을 입고 산악활동을 했습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아웃도어 산업은 여명기를 맞습니다. 아웃도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지만 도로 확장과 산업화로 인한 소득 증가는 국민의 레저 욕구를 높였고 1970년대 초 비로소 국산 등산장비 시장이 생겨났습니다.
국내 최초의 등산용품점은 1973년 2월 서울 종로5가에 문을 연 '동진산악'입니다. 현재 블랙야크의 시초인 동진산악은 10평의 공장과 3평짜리 매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자체 공장에서 '자이언트'라는 브랜드로 배낭을 만들어 산악회에 판매했습니다. 이어 '프로 자이언트'라는 브랜드로 확장해 텐트, 침낭, 신발 등 각종 등산장비를 제작했습니다. 이어 코오롱이 1973년 7월 '코오롱스포츠'라는 브랜드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후 등산용품 업체들이 잇따라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과 자금력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등산장비 시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는 특수성과 어음·외상 거래가 많은 탓에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이들은 1980년대 후반 들어 등산장비 시장이 아닌 스포츠의류 시장에 진출하게 됩니다.
◇90년대 중반 등산장비서 등산의류로 중심 이동= 고 고상돈 대원이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1977년을 전후해 국내에는 본격적인 등산 붐이 일었습니다. 대학 산악동아리와 일반인 산악회가 생겨나면서 전문산악인들은 동대문시장 장비점으로 몰려들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소비가 활성화되면서 시장은 호황기를 맞는 듯했으나 1990년 야영과 취사를 금하는 산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등산객의 발길이 끊겼고 아웃도어 시장은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후 겨우 살아남은 등산장비업체들은 등산의류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1995년 블랙야크가 국내 최초로 등산복을 출시하면서 '아웃도어 룩' 시장이 열렸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자 실직자들이 산으로 몰려 아웃도어 시장은 불황 속 나홀로 호황을 누리면서 코오롱, 노스페이스, K2, 밀레, 네파, 밀레, 컬럼비아, 라푸마, 아이더, 레더페이스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등장했습니다. 주5일제 도입으로 국민의 여가활동 시간이 늘어나 '아웃도어=등산복'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져 '아웃도어(outdoor)'가 아닌 '아웃도어+메트로(metro)'의 약자인 '아우트로(outro)' 시대가 열렸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3년 이후 연 평균 25%씩 늘어나는 고성장 시대를 거쳐 지난해 7조3000억원 규모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이 시장의 80% 이상을 10여 곳의 대형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레저와 일상 경계 없는 스타일로 변화= 기술 발전과 더불어 캠핑 열풍으로 인해 업계는 고성장을 이어갔지만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10년 이후 성장세는 둔화되는 양상입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아웃도어와 패션 브랜드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한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습니다.
각 브랜드는 기능성 제품 위주에서 캐주얼 라인으로 주력군을 변경하고 캠핑, 골프, 키즈 부문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포화상태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레저활동과 인간이 추구하는 건강과 쉼이 계속되는 한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며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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