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그 당시의 농업은 어땠을까? 당연히 농약도 없고 화학비료도 없고 공해도 없던 시절이니 지금 회자되고 있는 그야말로 최상의 무공해, 무농약, 그리고 유기농업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최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원시시대의 농업이 왜 소비자들에게 별 인기가 없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현대적 농업으로 변했을까? 이는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더 많은 식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 즉 작물의 생산성을 최대한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불량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품종과 재배기술의 개발이 필요해 졌으며 또한 필연적으로 비료 및 농약의 사용이 필요하게 되었다.
영국의 저명한 학자인 토마스 말사스(1766-1834)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 결국 식량부족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예언은 빗나갔다. 왜냐하면 과학기술의 발전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인류는 녹색혁명을 통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식량증산을 이루어냈다. 그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배고픔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나 관행육종에 의한 새로운 품종개발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전자원(germplasm)의 고갈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관행육종의 한계를 벗어나는 길은 동·식물, 미생물을 초월해서 불량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우수한 외래유전자를 작물에 도입하는 것인데 관행육종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최첨단 농업육종기술인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활용한 우수 외래유전자를 도입하는 생명공학(GM)작물의 개발이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육종학자인 노만 볼로그 박사는 생명공학 작물이 앞으로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의 기술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볼로그 박사는 기존의 교배육종(genetic cross breeding)조차도 수십 년 동안 환경론자 및 영양학자들로부터 비자연적이고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비판을 받아왔으며, 하물며 지금의 생명공학 작물에 대한 반대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고 언급하며, 비판론자들이 지상의 소금이 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엘리트주의자, 이상론자들이며 배고픔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반박한다. 그들이 워싱톤이나 브뤼셀에 있는 편안한 사무실에서 비판하지 말고 저개발국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한 달만 지낸다면 얼마나 식량증산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희생이 따른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생명공학 작물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안전성과 위해성을 평가하여 허가되고 있고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막연한 비과학적인 생명공학 작물에 대한 논쟁을 끝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재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은 생명공학 작물의 개발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글 = 김호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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