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산업 '고사위기'…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스타트업부터 1등까지 혁신적 서비스와 창의적 마인드 필요
핀테크산업 시작단계… 온라인 결제서비스 승산 도전해볼만
스타트업부터 1등까지 혁신적 서비스와 창의적 마인드 필요
핀테크산업 시작단계… 온라인 결제서비스 승산 도전해볼만
![[월요 초대석] `한국판 알리바바` 육성 시급… "인터넷산업 위상 높일것"](http://contents.dt.co.kr/images/201504/2015040602100931746001[1].jpg "[월요 초대석] `한국판 알리바바` 육성 시급… \"인터넷산업 위상 높일것\"")
김상헌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지난해 7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50여명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했다. 이 때 가장 주목받은 기업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와 중국 최대 포털 업체인 바이두였다. 시 주석은 방한 당시 '한중 경제 협력포럼'에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리옌홍 바이두 회장을 대동하며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제조기업을 전면에 내세워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 산업을 대하는 두 나라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구글, 아마존처럼 미국 출신 기업뿐 아니라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처럼 IT 후진국이라 여겼던 중국 기업도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국내 인터넷 산업에 규제를 풀고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인터넷 기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시 주석이 알리바바와 바이두를 자랑스럽게 내세운 이유는 중국이 키워낸 기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 인터넷 산업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터넷 산업을 대표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으로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2013년에 이어 지난달 말 재선임됐다.
김상헌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지난 3일 서울 서대문 디지털타임스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 나라의 경쟁력은 인터넷 인프라와 이를 중심으로 구축한 서비스에서 나온다"며 "인터넷 산업이 위상에 걸맞게 국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협회 위상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09년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 대표로 취임한 후 6년째 네이버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현재 국내 인터넷 산업의 위기와 기회를 담담하고 진솔하게 털어놨다.
◆대담=김승룡 정보미디어부장
- 현재 우리 인터넷 산업은 위기인가.
"요즘 '이대로라면 한국의 인터넷 산업은 고사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한숨) 인터넷, 특히 플랫폼 산업은 규모의 확대가 중요하고 작은 기업이 큰 기업과 싸워 이기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기업들이 한국에서도 커다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작고 특유한 안방 시장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해외 진출 시 언어, 문화적 한계가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빠르고 독창적 서비스를 가능케 했던 정보통신 인프라 우위도 거의 없어지고 있고, 엄격한 규제에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역차별도 발생하고 있다. 결국 해법은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는 것밖에 없다. 스타트업 기업부터 1등 기업까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서비스와 마인드가 필요하다. 생태계 투자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성장하는 인터넷 기업을 위해 규제 개혁에 나서줘야 한다."
- 중국 인터넷 기업의 성장세가 무섭다. 중국 인터넷 기업이 국내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중국 인터넷 기업은 기업 규모로 보면 이미 글로벌 대기업이다. 엄청난 크기의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보호를 받으며 급속히 성장했다. 이젠 다음 단계로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중국 인터넷 기업은 한국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텐센트는 국내 주요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다음카카오의 지분 9.9%를 가진 2대 주주다. 또 CJ게임즈, 네시삼십삼분 등 국내 대표 게임사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중국 인터넷 기업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국내 인터넷 산업이 국내 시장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보다는, 우리 기업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기업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스마일게이트처럼 중국 기업과 전략 제휴로 성장의 기회로 삼는 경우도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이 "핀테크라는 유행어에 휩쓸리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핀테크(금융+IT)가 뜨자 많은 기업이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통신은 인프라가 있고, 금융도 금융산업 인프라가 있다. 삼성전자, 애플 같은 제조업체는 서비스 네트워크와 자본력이 있다. 인터넷 업계에 모바일 송금과 틈새시장이 있겠지만, 오프라인까지 아우를 경우 인터넷 업계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나.
"(잠시 머뭇거리다 단호한 어조로) 각 서비스 업체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왜 알리바바가 알리페이를 잘했을까.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팔아야 하니까 결제가 중요했던 것이다. 카카오톡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회원 수가 많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1개 통신사는 아무리 회원 수가 많아 봤자, 전체 휴대전화 사용 인구의 50% 수준이지만 카카오톡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한다. 하늘과 땅 차이다. 애플페이만 보더라도 아이폰이라는 막강한 단말기와 자금력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 애플페이가 잘 안 된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은행의 인터넷 뱅킹이 발달했고,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과는 다른 이용자 요구가 존재할 것이다. 가장 불편한 부분이 아무래도 액티브엑스로 상징되는 온라인 결제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해결하려는 서비스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터넷 업계에 당연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핀테크 산업은 이제 시작단계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이를 단순하게 스마트폰을 많이 보유한 곳, 통신 인프라를 쥐고 있는 곳이 잘할 것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유럽을 비롯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구글 등 해외 IT기업의 조세회피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글이 현재 협회 회원사라 답하기 곤란한 부분이 있다. 다만 조세 회피가 무조건 불법이라는 인식은 잘못된 것으로 생각한다. 법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는 조세회피는 불법이 아니지 않나. 그러나 법체계는 계속 바뀐다. 조세 회피 문제는 한 나라의 입장만이 아니라 여러 국가 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이미 논의가 시작됐다. 다국적 기업이 등장한 이후 특정 지역의 조세 조약을 활용하면 사실상 세금을 안 내도 된다는 폐단이 있다는 점을 여러 국가가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알아야 한다. 우리 당국도 이런 인식을 가지고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 최근 미국에선 망중립성 이슈가 화두다. 국내에선 이미 몇 년 전 보이스톡 때문에 통신산업과 인터넷산업 간 한 차례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망중립성에 대한 입장은 뭔가.
"얼마 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강화 규정안(Open Internet Order)을 발표했다. 기존 망중립성 기본 원칙을 강화하고, 이용자와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불합리한 간섭과 불이익을 금지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이제까지 '정보 서비스'로 분류돼 비규제 영역에 있던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를 기간 사업자와 같은 엄격한 규제를 받는 영역으로 재분류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이미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망중립성을 법제화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으로 간접적으로 보장 중인 상태다. 협회 입장은 명확하다. 통신사들이 구축한 환경에 무임승차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통신서비스 이용자가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있고, 일부 대형 인터넷기업은 추가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통신망 위에서 여러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인터넷 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하는 것과 같다. 미국처럼 인터넷 사업자가 불합리한 차별 또는 차단을 받는 걸 금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협회는 몇 년 전 정책현안이 발생했을 때 '오픈인터넷협의회'(OIA)에 적극 참여하면서 다양한 기업과 논의를 진행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망중립성 이슈가 다시 제기될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협회 차원에서 진행할 생각이다."
- 협회의 올해 중점 사업은 뭔가.
"올해 협회 슬로건이 '고 글로벌(go global)! 케이-인터넷(K-Internet)'이다. 우리 인터넷 기업이 해외로 도약해 국내 인터넷산업을 성장시키자는 것으로, 작년부터 사용해왔다. 협회는 이를 도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하겠다.
주요 사업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우리 인터넷산업의 중요성에 비해 사회적 위상이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인터넷리더스포럼, 굿 인터넷클럽 같은 공론의 장을 많이 만들어 사회적 위상을 제고해 보려고 한다. 두번째로는 세계 기준에 맞는 산업발전 정책 확립이다. 규제도 개선하고 합리적 정책대안 마련을 위해 의견을 많이 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는 스타트업 등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협력사업이다."
정리=김지선기자 dubs45@dt.co.kr
■ 김상헌 협회장은…
◇출생연도: 1963년
◇ 학력
-1982년 배재고등학교 졸업
-1986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2000년 하버드대학교 로스쿨 법학 석사(LLM)
◇ 경력
-1993년~1996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2003년~2007년 LG 법무팀 부사장
-2009년 4월~현재 네이버 대표
-2013년~현재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2015년 3월~현재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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