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양희준 교수팀… 반도체 제조공정 획기적 감축 기대
국내 연구진이 온도 변화만으로 반도체와 금속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카멜레온 소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물질을 활용하면 반도체와 금속을 접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기존 반도체 제조공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구조물리연구단 양희준 교수(사진)팀은 성균관대, KAIST 연구진과 공동으로 온도에 따라 반도체와 금속을 오가는 신소재인 '2차원 층상구조 다이텔레륨 몰리브데늄'을 2년여 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다이텔레륨 몰리브데늄은 반도체와 금속의 성질을 모두 갖는 '전이금속 다이칼코젠' 화합물 중 하나다. 기존 연구는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도체 특성에만 집중돼 이뤄졌지만, 연구팀은 전이금속 다이칼코젠이 가진 두 가지 특성에 주목했다. 그 결과 15℃ 정도의 상온에서는 반도체 상태였다가 500℃ 이상의 열을 가한 후 다시 상온으로 온도를 낮추면 금속 상태로 바뀌는 물질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반도체 재료로 쓰이는 실리콘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소자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극으로 쓰이는 알루미늄 같은 금속을 붙여야 한다. 금속과 실리콘을 접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니 제작공정이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양 교수팀이 개발한 물질은 온도 변화만으로 반도체와 금속의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한가지 물질만으로 반도체 소자를 만들 수 있어 제작 공정이 단순해지고 비용과 시간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또 2차원 막 형태인 이 물질의 두께는 현재 쓰이는 3차원 반도체의 절반 수준인 0.8나노미터(㎚)로 매우 얇고 투명해 착용형 기기나 투명 디스플레이 등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양 교수는 "한가지 소재이면서 반도체와 금속의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넓은 면적으로 제작하고, 반도체와 금속 성질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표면가공 기술 등 후속연구를 진행해 5년 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물리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 (Nature Physics) 4일자에 게재됐다.
백나영기자 100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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