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데이터요금제, 가격경쟁력 치명타… 제4 이통사업자 등장 가능성도 부담으로
알뜰폰 가입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서며 전체 이동통신시장의 8.8%를 차지했다. 2011년 가입자가 40만명이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과 반대로 정작 사업자 표정은 어둡다. 최근 이동통신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놓으며 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데다, 정부의 제4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추진으로,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알뜰폰 업계가 완전히 코너에 몰렸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이달 중 제3차 알뜰폰 활성화 계획을 내놓고 알뜰폰 허브사이트 운영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 연장, 망 도매대가 인하 등 지원정책 수위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정부 지원 정책에 따라 올해가 알뜰폰 제2의 도약기가 될지, 산업 쇠락의 신호탄이 될지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뜨거운 감자'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다. 앞서 KT는 2만9900원에 음성, 문자를 무제한 제공하고 5만9900원부터 데이터까지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유사한 요금제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출시되며 알뜰폰 업계에서는 이통사와 가격경쟁력 격차가 줄어드는 데 대한 위기감이 팽배하다. 그동안 알뜰폰은 '저렴함'을 가장 큰 무기로 해왔다. 한 알뜰폰 업체 대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따져봤을 때 일부 구간에서는 알뜰폰보다 기존 이통사 요금제가 더 싼 경우도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또 당장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알뜰폰에서도 유사한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동통신 망 도매대가에 관심이 쏠린다. 망 도매대가는 알뜰폰이 이통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 쓰며 내는 돈으로, 전체 알뜰폰 비용의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매대가 수준이 높으면 그만큼 저렴한 요금제를 구성하기 어렵다. 지난해 기준 도매대가는 음성은 분당 39.33원, 데이터는 MB당 9.64원이다. 미래부는 3년 연속 도매대가를 인하해왔다. 올해도 도매제공 의무사업자(SK텔레콤)와 인하를 논의 중이다.
도매대가 중 LTE 요금제 수익비율 조정도 이슈다. 알뜰폰의 수익성 개선과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LTE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LTE의 경우 기본료 5만5000원 이하 요금제에서는 45(이통사)대 55(알뜰폰), 그 이상에서는 55(이통사)대 45(알뜰폰)로 수익을 배분한다. 알뜰폰 전체에서 LTE 가입자(56만7000명)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3%로, 전체 이통 시장의 LTE 비중 66%와 비교하면 아직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과제는 전파사용료 감면 연장 여부다. 미래부가 지난 2012년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며 3년간 유예했던 전파사용료 면제가 오는 9월로 종료된다. 전파사용료는 가입자당 월 461원으로, 유예가 종료되면 알뜰폰 업계가 총 250억~300억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지난해 총 96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알뜰폰 업계로서는 상당한 타격이다.
알뜰폰 활성화를 추진하는 미래부는 전파사용료 면제 연장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논의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세수 부족으로 면제 연장에 부정적 입장이다. 업계는 그동안 논의된 1년 연장, 중소기업만 2년 연장, 50% 감면 등의 방안 중 1년 연장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500만명이 넘어섰다지만, 아직 적자 상태인데 여기에 전파사용료까지 내게 된다면, 중소사업자의 경우 당장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고 토로했다.
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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