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옵트인-옵트아웃` 균형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505/20150514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옵트인-옵트아웃` 균형 필요하다")
지난 해 5월 말경 이른바 옵트인제도 도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6개월 후인 11월 말경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제부터는 누구든지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하여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하려면 그 수신자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사전동의를 받은 후에만 광고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제도를 가리켜 옵트인 제도라고 한다. 개정 이전에는 누구든지 전자우편 등 일정한 매체를 이용하여 수신자의 명시적인 수신거부의사에 반하는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전송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었는데 이와 같이 광고정보를 일단 보낼 수 있도록 하고 그 후에 수신자가 수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만 송신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옵트아웃 제도라고 한다. 개정 전에도 수신자의 전화와 팩시밀리를 통하여 영리목적의 광고성정보를 전송하려는 자는 그 수신자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 일부 옵트인제도를 채택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범위를 전반적으로 확대하여 이메일을 포함한 모든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한 광고정보의 송신에 수신자의 사전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옵트인제도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광고성 이메일을 가리켜 스팸메일이라고 부르는데 현재 전세계 스팸메일 발송량은 매년 290억 건으로 전체 메일의 66%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스팸메일 비중도 60%에 이른다. 원하지 않는 스팸메일을 피하기 위한 방법은 개인적인 노력에 의해서도 일정 부분 가능할 수 있겠지만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양의 스팸메일을 일일이 가려내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아울러 스팸메일을 가장하여 들어오는 악성 프로그램 또한 큰 문제이다. 최근 국내 관공서를 대상으로 첨부파일을 이용한 악성메일 발송이 증가하고 있는데 한글, MS오피스 등의 취약점을 노린 악성파일을 첨부하여 수신자가 이 첨부파일을 실행하면 사용자PC에 치명적 피해를 입히게 되며, 또한 기업을 대상으로 거래처와 유사한 도메인을 사용하거나 업무내용을 이용하여 입금계좌를 변경케 하고 이를 통해 다액의 금전적 피해를 야기하는 등의 피싱메일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통신망법을 혁신적으로 개정하여 이제는 스팸메일을 보내는 것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입법하였으니 일견 바람직한 조치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를 스팸규제의 적정성과 실효성을 전제로 검토할 때 미국이나 EU에 비해 과도한 스팸규제라는 지적이 있다. 현행 법률은 '전자적 전송매체'라는 포괄적 용어를 사용하여 이용자의 사전동의를 의무화하고 있을 뿐, '광고성 정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어 사안별로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해석에 의존해야 한다. 특히 광고성 정보전송을 제한하는 대상에 개인뿐 아니라 사업자도 포함시켰는데, 이는 미국과 EU가 광고전송매체를 전화, 팩시밀리, 이메일 등으로 구분하고 자동전화와 팩시밀리를 제외한 육성전화, 이메일광고는 사전동의를 얻어야 하는 옵트인시스템이 아니라 사후에 거부의사를 밝히면 중단하는 옵트아웃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또한 광고정보를 일부만 포함하는 경우 예컨대 각종 고지서나 영수증 등까지도 모두 광고성정보로 해석되어 규제가 지나치고, 사생활침해 정도나 사회경제적 비용의 정도가 높지 않은 광고매체까지 예방적 차원의 규제를 가하는 것 또한 과도하며, 명함이나 사업자의 홈페이지에서 획득한 정보조차 활용할 수 없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사업자들의 영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해당 광고성 정보가 수신자의 비즈니스 목적과 관련된 것이라면 옵트아웃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며, 기업들의 일상적인 전화영업과 같이 직접 육성전화로 전달하는 광고성 정보 또한 옵트아웃 방식으로 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나아가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등을 통해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는 사전동의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개인위치정보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고 동의방식을 옵트아웃으로 바꾸며 형사처벌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사물인터넷 환경이 도래하면서 기존의 개인동의에 기초한 개인정보보호 패러다임의 변경이 요구됨에 따라 개인정보의 적절한 활용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정 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이버범죄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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