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무엇인가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정보가 부족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귀신, 유령, 괴물, 사이코패스 등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은 그 행동을 예측할 수 없기에 '나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유발하고, 이 과정에 단편적인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피해자들은 공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고 이를 바탕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준비할 수 있게 되면 공포와 공황상태는 해결된다.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는 이와 매우 유사한 과정을 밟았다. 일반적인 폐렴이라고 생각한 환자가 한국에서는 발생한 적 없는 메르스라는 사실이 5월 20일 확인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질병이다 보니, 2012년 9월 발견된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가 일으키는 전염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938명 발병에 402명 사망, 약 43%의 사망률을 보인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폐렴이라는 것과 아직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없다는 것이 알려진 정보의 전부였다. 2003년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퍼져 만명이 넘는 환자와 800명에 달하는 사망자를 발생시킨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중동판이라는 해설이 보태지면서 미지의 대상에 대한 공포가 공황상태까지 이르렀다.
환자 방문 병원과 발병 현황을 포함한 '정리된 정확한 정보'와 이에 따른 지침이 공유되지 않았던 점이 사태 초기 혼란을 일으킨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언비어에 가까운 무책임한 정보와, 선정적인 언론 보도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된 것이 메르스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단언한다.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면 '조작된 잘못된 정보'가 증폭되면서 사회적 공황현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메르스 포털(www.mers.go.kr)에 따르면 6월 30일 현재 한 달 남짓한 동안 182명의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해 33명이 사망하고 1만3000명 이상이 격리에서 해제됐다. 이런 정확한 데이터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활용한 의료시스템 덕분이다. 6월 초부터 보건복지부가 환자 방문 병원을 공개하고 각종 지침을 체계화하면서 의료정보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염 위험 대상들을 선별해 진료하고 격리할 수 있게 됐고, 이를 통해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있다.
메르스 같은 해외 유입 전염병의 경우 해외에서 유입되는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공개와 위험요건 정보를 의료기관과 공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즉 특정 전염병이 유행하는 지역을 여행하거나 해당 지역 공항을 경유해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관련 지침을 문자 메시지로 제공하고, 의료기관에는 특정 증상을 가진 환자에 대해 외국 여행 여부를 문진 단계에서 꼭 확인하도록 하는 지침을 매일 또는 일정 간격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연구와 초기 시범 사업이 진행 중인 '진료정보 교류 시스템'의 조기 구축이 정말 필요하다. 검사나 투약 중복을 막을 뿐 아니라 진료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번 같은 신종 전염병 위협을 최소화하고 전쟁 및 천재지변 상황에서의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가의 의료장비 등 한정된 의료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도 실시간 의료서비스 자원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그동안 의료정보는 필요에 따라 공개하고 공유하는 대상으로 생각돼왔다. 하지만 이런 개념을 이번 메르스 사태를 기점으로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확한 정리된 의료정보'는 반드시 공유돼야 한다. 사생활을 보호하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항상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종류의 사고를 다시 반복하는 것은 허용돼서는 안 된다. 일어난 사고보다 더 무섭고 공공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 무지에 의한 공포와 공황의 확산이다.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과 이를 통한 치밀한 위기 대응지침 수립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교훈이다.
김성수 연세의료원 의료정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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