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신분을 속이고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했던 고현정의 싱싱하고 앳된 몸매나 산전수전 다 겪고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스튜어디스 출신 이승연, 유난히 팔다리가 길고 가는 염정아의 도발이 파란 수영복 안에 숨겨져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다.
출전 후보들이 하나같이 "내 꿈은 세계평화"라고 앵무새처럼 말한지언정 허벅지라인을 골반까지 한껏 판 원피스 수영복 아래로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던 그녀들의 자태는 한창 피가 뜨거운 청소년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1975년생으로 94학번인 회사원 김동현 씨는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은 군사정권 치하에서 문민정부로 넘어오던 시기였다. 경직된 사회 분위기가 자유롭게 풀리기 시작했지만 정보의 제한 때문에 수영복 입은 여성의 몸매를 마음껏 보기 힘들었다. TV에서 미스코리아 후보들이 수영복을 입고 오가면 시선이 고정됐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처럼 아이돌 가수들도 없어 김완선이 최고의 섹시스타로 추앙받던 시기의 이야기다. 시간이 흘러 강산이 최소 두 번은 변했다. 그 사이 미스코리아 대회 중계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여성계 반발로 지상파에서 퇴출됐다.
한동안 각종 케이블 채널에서 대회가 중계됐고 올해는 케이블 채널 MBC뮤직에서 리얼리티 형태로 사전 합숙과정이 전파를 탄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지성과 교양, 미를 겸비'한 대한민국 최고 미녀 각축전에 더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다양한 미녀들의 헐벗은 몸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TV를 틀면 뇌쇄적인 눈빛의 10대 아이돌 스타들이 쩍벌춤을 추며 삼촌팬들을 유혹한다. 더 이상 파란 수영복 안에 갖힌 사자머리 미녀들에게 시선을 고정시키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오히려 전형적인 미녀들의 집합소인 미스코리아보다 섹시한 매력과 개성을 뽐내는 새로운 미인 선발대회가 각광받고 있다.
최근 남성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미녀대회는 '2015 미스 맥심 콘테스트' 16강전이다.
남성잡지 맥심코리아가 주최하는 이 대회는 맥심을 직접 편집, 발간하는 전세계 19개국에서 실시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최초로 실시돼 올해로 6회를 맞았다. 방송인 천이슬, 박진영의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모델 이현지 등이 미스 맥심 입상자들이다.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한 16강전은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진다. 맥심코리아 측은 올해부터 기존 홈페이지 투표방식에 문자투표제를 도입해 네티즌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16강전에 출전한 미녀스타들은 미스코리아처럼 전형적인 미인상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뇌쇄적인 눈빛과 육감적인 몸매, 시원한 각선미는 남성들의 다양한 미녀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충분하다.
지원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16강전에 출전한 이루리 씨는 현직 승무원이다.
맥심 측은 "남성들의 섹시 오피스걸 판타지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고 소개했다. 직업이 선생님인 안혜린 씨는 작고 앳된 고양이상에 긴 팔다리로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여대생 정유정 씨와 이소영 씨는 풋풋함 속 의외의 과감한 포즈로 시선을 붙든다.
맥심코리아의 김민겸 에디터는 "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연예인 못지 않은 매력을 갖춘 숨은 미녀를 발굴하는 게 미스 맥심 선발대회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키와 몸무게 등에 제한이 없다. 군살이 있고 키가 작을 수 있지만 결점을 감추기보다 유쾌하게 자신을 드러낼 줄 아는 미인이 인기라고 한다.
지난해까지 네티즌들은 폭발적인 가슴 라인의 글래머 스타를 선호했지만 올해부터는 엉덩이와 골반 열풍에 힘입어 가슴지지파들과 치열한 경합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김민겸 에디터는 "글래머러스한 가슴파와 매끈한 허리, 건강미가 돋보이는 골반파 등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확연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지지분야의 팬덤이 확연하게 갈린다"고 귀띔했다.
미스맥심선발대회와 더불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은 또다른 미인대회는 '2015 미스 섹시백' 대회다. 올해가 두 번째인 이 대회는 지난 달 27일 예선을 치러 오는 8월 6일 악스코리아에서 본선대회가 개최된다.
'미스 섹시백' 대회는 '건강한 뒤태미녀를 찾아라'가 슬로건이다. 예선전에는 볼륨있고 탄력있게 '업'(UP)된 엉덩이와 잔근육이 촘촘하게 박힌 등, 셀룰라이트를 찾아보기 힘든 허벅지를 갖춘 300명의 미녀들이 참여해 몸매를 뽐냈다.
'미스 섹시백' 대회를 주최하는 ESN코리아의 앤드류박 대표는 "잘 가꾼 뒤태가 신체 균형을 바로 잡아준다는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섹시한 뒤태 미녀를 찾는 게 '미스 섹시백' 대회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과 골반구조가 달라 엉덩이 라인이 밋밋하고 쳐진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박대표는 "기본적인 골격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건강하고 예쁜 몸은 운동으로 가꿀 수 있다"며 "성형의 발달로 외모는 의학으로 고칠 수 있지만 잘 가꾼 몸매는 노력의 산물이다. '미스 섹시백' 대회는 개인의 노력에 초점을 맞춘 건강 미인대회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미스 섹시백' 대회 출전자들 역시 키와 몸무게, 나이의 제한이 없다.
다양한 개성의 미녀들이 각축을 벌이다 보니 전통의 미스코리아대회도 위기의식을 느낀 듯 싶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지난해부터 60년을 이어온 파란 수영복을 버리고 비키니를 택했다. 그러나 다양한 취지의 미인대회 풍년 속, 한껏 높아진 남성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분명한건 미인을 택하는 관점이 한층 섹시해졌다는 사실이다.
한편, 이번 미스섹시백 선발대회는 스포츠에이전시 '이에스엔코리아(ESN KOREA)'가 주최한 가운데 광고대행사인 매니아컨설팅그룹이 주관하고 KS트레이닝센터가 후원했다.
인터넷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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