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큰 시행착오 통해 '애니팡' 성공 이끌어
'게임잼 · 실험실' 운영… 개발자 창의성 끌어내
'게임잼 · 실험실' 운영… 개발자 창의성 끌어내
■ `게임 명장`을 찾아서
(12) 임현수 선데이토즈 CTO
"끊임없이 실험하라. 그리고 물음표를 던져라."
게임 개발자를 향한 선데이토즈 공동창업자 임현수(33) 개발총괄 이사(CTO)의 조언이다.
그는 국내외에서 유행하는 최신 기술을 게임에 접목해 기존 게임과는 차별화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 엔씨소프트를 나와 2009년 선데이토즈를 창업한 인물이다.
임 이사는 각각 NHN 한게임, 티쓰리엔터테인먼트를 다니던 이정웅 현 선데이토즈 대표, 박찬석 이사(서비스 관리 총괄 임원)와 함께 주말마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스터디 룸에서 개발회의 등 '실험'을 지속했다. 현 회사명은 이들 3인방이 '실험실'로 삼았던 카페의 이름과, '일요일'을 결합해 만든 것이다.
"당시 다니던 게임사에서 '요즘 페이스북에서는 이런 게 나왔다더라'는 얘기를 꺼내봤는데 별 반응이 없더군요. 그래서 게임과 프로그래밍을 좋아해 뜻이 잘 맞았던 명지대 00학번 동기 이정웅, 박찬석과 주말마다 카페에 모여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었습니다."
임 이사는 게임 개발자들이 기계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해야, 좋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위'에서 던져 준 기획서에 충실한 게임을 만드는데 만족하면 안 됩니다. 업무 상 꼭 해야 하는 프로젝트 외에도, 본인이 해보고 싶은 것을 시도하십시오. '이렇게 만들면 정말 재미 있을까' 하는 의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 말입니다. 그래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습니다."
임 이사의 '실험'이 매번 성공한 것은 아니다. 국민 모바일 게임 '애니팡'이 나오기 전까지 두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국내 장수 모바일 게임 애니팡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내 시장은 좁다면서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표방해 개발한 게임이 있었죠.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해 선보인 역할수행게임(RPG) '던전 얼라이브'가 그것인데요. 처음부터 북미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 했다가 실패했습니다. 세계 진출은 국내에서 성공해 내실을 닦은 뒤, 역량이 생기면 그 때 도전하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다른 기업이 '세계 시장 진출'을 외칠 때 우리가 국내 시장만 파온 이유이기도 하죠."
신작 출시에 대한 조바심 때문에 기회를 놓친 경험도 임 이사에겐 중요한 자산이 됐다. "2010년, 싸이월드를 통해 수조 속 물고기를 키우는 소셜게임 '아쿠아스토리'를 출시했습니다. 당시 소셜게임의 수명은 3~6개월밖에 안된다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6개월 후를 걱정하는 마음에 인력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글스토리'라는 신작 개발을 진행했죠. 그러다 보니 '아쿠아스토리' 운영에 소홀해졌고,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습니다."
'애니팡' 출시 이후 그의 주변에서는 신작을 빨리 출시해 인기를 이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아쿠아스토리' 때 경험을 떠올리며 '애니팡'을 안정화하고, 이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애니팡'이 장수 게임이 된 이유라고 그는 설명했다. 임 이사는 가족 간, 친구 간 소통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게임을 계속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앞으로도 '실험'을 지속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사내 개발자가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게임잼', '실험실'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모든 개발 인력이 회사 업무(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원하는 사람끼리 팀을 꾸려, 만들어 보고 싶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임잼'이라는 사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애니팡'에서 선보인 약 80회 가량의 콘텐츠 개선에는 게임잼을 통해 공유된 임직원의 아이디어, 기술이 상당 부분 반영됐습니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개발한 게임을 모든 임직원에 공개할 수 있도록 '실험실'이라는 사내 사이트도 운영하고 있죠." 임 이사가 올 하반기 선보일 모바일 퍼즐 게임 '상하이 애니팡'은 '실험실'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아 정식 게임으로 출시하게 된 게임이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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