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저감장치 정상화 ·연비 동시해결 '난항'
중고차 가격하락폭 가팔라 … 집단소송 가능성도
중고차 가격하락폭 가팔라 … 집단소송 가능성도
국내 12만대 리콜의 '딜레마'
정부가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아우디·폭스바겐의 국내 판매 차량 12만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인 가운데, 조사 결과에 따라 리콜이 이뤄져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차에 대한 리콜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화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연비가 떨어져 소비자들이 리콜을 꺼릴 가능성이 크고 연비저하에 따른 집단소송 등도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 리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남아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4일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만으로도 리콜 대상이 될 수 있고, (실제 산화질소 배출량이 국내 기준치를 어느 정도 벗어났느냐에 따라) 인증을 취소할 수 있다"며 "그러나 소비자가 리콜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없고, 리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폭스바겐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리콜을 통해 차량에 장착한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해제하고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차량 인증 당시 공표한 수준으로 질소산화물 실제 배출량을 낮추고 연비도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연비가 떨어지게 되는 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가 리콜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조사 결과 문제가 된 폭스바겐 차량이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이 규정한 기준치를 넘어서는 질소산화물을 뿜어내는 것이 확인돼도, 이 차량이 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 현행법으로는 인증을 앞두고 실내 검사실에서 배출물 검사만 진행할 수 있고, 실제 도로에서 내뿜는 배출물에 대한 사후관리는 불가능하다. 환경단체의 한 관계자는 "서울 등 수도권 일대의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화, 이의 원인을 둔 논란이 있었는데, 폭스바겐 등 디젤차의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파문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이미 가시화했다. SK엔카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0일, 11일부터 20일까지 각 10일간 중고차 판매자가 폭스바겐 가격을 낮춘 비율은 폭스바겐 전체 매물의 각각 17%, 18% 정도였지만 파문이 불거진 21일부터 30일까지는 35%로 급증했다. 가격을 떨어뜨린 횟수 역시 9월 21일 이전에는 일 평균 60~70건이었으나, 21일 이후 140건 내외로 2배 증가했다. 폭스바겐 중고차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중고차 판매차들이 가격을 떨어뜨리면서까지 서둘러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리콜에 응해 연비가 떨어질 경우 이용자 불만이 폭발할 것이 확실하고, 리콜에 응하지 않은 경우도 브랜드 가치 훼손과 중고차 가격 하락 등으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폭스바겐을 향한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아우디·폭스바겐 차량 보유자 두 사람이 아우디·폭스바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바른은 이날 "소송 관련해 문의해온 차량 소유자가 500여명에 이르고 있어 이번 주중 추가 소송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본사가 배출가스 저감장치 정상화와 연비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지금 이야기할 상황이 못 된다"며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리콜 방침을 확정했으나 그 방법과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제재나 소비자 소송에 어떻게 대처하거나 보상할지 등도 현 상황에서 예단해서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정근기자 antila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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