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치킨집 3만6000개 달해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아
상반기 개인사업자 신규대출
52조 육박… 전년보다 34%↑
폐업땐 빚더미 '은퇴자 무덤'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아
상반기 개인사업자 신규대출
52조 육박… 전년보다 34%↑
폐업땐 빚더미 '은퇴자 무덤'
은퇴자 최후의 보루인 자영업 생태계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들의 창업분야는 전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 없는 치킨집·편의점 등이다. 따라서 생존 가능성은 100명 중 16명 정도에 불과하다.
5일 국세청에 따르면 2004~2013년 개인사업자의 창업은 949만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793만개가 폐업해 단순 계산한 생존율은 1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와 기술 없이도 할 수 있는 치킨집 등의 음식점과 편의점, 옷가게 등 창업이 쉬운 이른바 '레드오션'에 몰려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의하면 2013년 국내 치킨집은 10년간 9.5% 증가해 약 3만6000개에 달했다. 이는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수 3만5429개보다 많다. 편의점은 2만5039개나 된다.
주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치킨집 등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에서 창업이 쉽다"며 "은퇴자들이 먹고살기가 어려워 치킨집 등을 열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자영업의 폐업률을 보면 음식점이 전체의 22%로 가장 높았고, 편의점이나 옷가게 등의 소매업도 20.5%에 달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영업을 선택하는 것이 상당히 비자발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일자리가 없어서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노원구에 치킨·맥줏집을 연 백모(56세)씨는 "퇴직 후 몇 달은 구직 활동을 했지만 취직하기가 쉽지 않아 퇴직금을 털어 창업을 결정했다"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창업이 쉬운 업종을 선택했지만, 수익은 회사에서 받던 월급의 절반도 안된다"고 말했다. 백씨는 9월 순수입이 250만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중 상당수가 빚을 내서 창업하거나, 그나마 사업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폐업을 할 경우 이들은 소득원이 없는 상태에서 빚더미에 오르게 된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대출은 51조9000억원으로 1년 전(38조7000억원)보다 34% 증가했다. 8월 말 기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누적액은 229조7000억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과감한 채무조정 등 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패한 자영업자들이 다시 창업하거나 취업을 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영업자는 개인과 기업 사이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어서 정부의 지원이나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자영업자의 절반은 월 100만원도 못 버는 실정"이라며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다시 노동시장에 복귀시킬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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