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새해예산안 39억8700만원 편성… "증액 필요" 지적
조선 숙종 때 왕실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화백자용문항아리'는 지난 2012년 일본인 소장가가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자마자 36억3700만원(321만8500달러)에 낙찰되면서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국립중앙박물관도 경매에 참여했지만 구입에는 실패했다. 개인 소장품 중 국보·보물급 문화재가 경매에 부쳐지는 일은 비일비재하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물구입비 예산'을 갖고는 1년에 이 같은 문화재 한 점을 구입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연 관람객은 350만명이 넘지만 유물구입비는 4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올해 예산은 전년에 비해 40% 증액된 액수다. 2011∼2014년까지는 유물구입비가 30억원을 넘긴 적이 없다. 새해 예산안에 편성된 유물구입비도 올해와 같은 40억원, 정확하게는 39억8700만원이다.
턱없이 부족한 유물구입비 때문에 국보·보물급 문화재가 경매에 부쳐져도 손 쓸 도리가 없다.지난해에는 청자상감국화문주자(보물 1033호, 30억원)가 경매에 나왔지만 구입에 실패했고 2012년에는 보물585호인 퇴우이선생진적첩이 경매에 부쳐졌지만 삼성문화재단이 34억원에 구입하는 바람에 구입이 무산됐다.
다른 국립박물관·미술관도 마찬가지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내년 유물구입비 예산은 53억원, 국립민속박물관은 26억원, 국립고궁박물관은 7억원에 불과하다.
지방 국립박물관은 더욱 열악하다. 유물구입비가 별도로 편성되지 않아 필요하다고 요구할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물을 구입해 보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문화재 경매 등의 유물가격을 고려할 때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구입비로 배정된 40억원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문화유물의 확보를 위해 유물구입비의 증액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승기자 yos547@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