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계좌이동제' … 은행권 무한경쟁 시대
금결원 '페이인포' 사이트서 오전9시부터 신청가능
미납·연체시 수수료 미부과… 이중출금땐 즉시환급
금결원 '페이인포' 사이트서 오전9시부터 신청가능
미납·연체시 수수료 미부과… 이중출금땐 즉시환급
30일 오전 9시부터 1차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은행권이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800조원대의 자금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벌써부터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금융결제원과 16개 은행은 경기도 성남시 금융결제원에서 '계좌이동서비스 3대 기본원칙'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계좌이동서비스는 기존 계좌에 연결돼 있던 여러 건의 자동이체 항목을 새로운 계좌로 간편하게 옮겨주는 서비스이다.
금결원과 은행들은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은행권과 금결원의 상호협조 △소비자 보호 △건전한 영업활동 등을 기본원칙으로 본인 과실이 없는 계좌이동서비스 이용 고객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소비자피해 구제 및 사전예방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세부적으로 미납·연체가 발생했을 경우 연체 이력을 삭제하고 수수료를 미부과할 계획이다. 또 신용등급이 내려갔을 경우 신용정보회사에 연체정보 수정을 요청하고 이중 출금은 즉시 환급조치 한다. 계좌이동이 완료됐음에도 요금청구기관이 오조작 등으로 기존 계좌에 출금을 요청할 시에는 변경 전 은행이 요금청구기관에 계좌 변경 사실을 통지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선 은행권 자동이체 계좌변경을 시행하고 안정화 추이에 따라 서비스 수준, 참여 금융회사 범위 등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계좌이동제가 본격 닻을 올리면서 은행들도 일제히 대응에 나섰다. 은행권은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800조원대 자금이동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자동이체 건수는 26억1000만건, 금액은 799조8000억원에 이른다. 1인당 월평균 이체건수는 8건, 건당 평균 이체금액은 31만원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은 통합 출범과 함께 계좌이동제를 대비한 '행복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을 출시했다. 급여·연금이체, 카드결제, 아파트관리비 납부 중 1개만 충족해도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주고 우대금리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KB국민은행은 앞서 7월 말 통장·카드·적금·대출을 묶은 'KB국민원(ONE)라이프 콜렉션'을 선보였고 신한은행은 급여이체나 공과금, 카드 대금 결제 시 수수료·금리 혜택을 주는 '신한 주거래 우대 패키지'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올해 3월 가장 먼저 주거래고객 상품 패키지를 출시한 우리은행은 추후 상품 라인업을 지속 보강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출혈경쟁을 우려하고 있지만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계좌이동제 시행에 맞춰 정보통신 등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 데다 신규계좌 유치를 위한 각종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익 악화가 예상된다"며 "갈수록 은행산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출혈경쟁을 해서라도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12.5% 감소한 5조6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날 참석한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장도 "계좌이동서비스 도입으로 주거래계좌 유치를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심화됨으로써 수익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융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좌이동서비스가 은행 및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계좌이동서비스는 금융결제원의 '페이인포(www.payinfo.or.kr)' 사이트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신청할 수 있다. 변경대상은 '개인 수시입출금식 예금계좌'에서 출금되는 이동통신·보험·카드 3개 업종의 자동납부 건이다. 내년 2월부터는 은행 각 지점과 인터넷 사이트에서 직접 변경 가능하다.
박소영기자 c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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