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선정… 풀어야할 숙제 산적
전문가, 은행시스템 구축 천문학적 비용 예측
은행법 국회 통과 요원… 주주구성 등 걸림돌
전문가, 은행시스템 구축 천문학적 비용 예측
은행법 국회 통과 요원… 주주구성 등 걸림돌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으로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가 선정되면서 인터넷은행이 가져 올 금융시장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컨소시엄 모두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금융서비스 혁신'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금융 본연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산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00억 자본금 턱없이 부족…적자기간 길어질 수도=지난달 30일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각각 사업설명회를 열고 자신들의 강점을 소개했다. 4000만 국내 이용자를 기반으로 한 '카카오톡'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거나 통신서비스와 편의점 등 일상생활과 연계된 편리한 접근성과 데이터로 안정적인 금리의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등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된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는 모두 '최상의 조건'일 때 얘기다. 인터넷은행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기존 은행들과 실력으로 겨루려면 남겨진 숙제를 모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먼저 각 사가 내세운 자본금 규모가 제대로 된 은행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혁신적인 코어뱅킹 솔루션을 활용, 기존 은행의 코어뱅킹 시스템 구축보다 3~4배 짧은 시간에 절반 이하의 자본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무점포 운영을 위한 기본 코어뱅킹 시스템 구축, 대출 관련 고객군을 DB화하고 체계적으로 이력을 추적해 관리하는 대출 시스템 구축, 강화된 전산 보안규정 준수 및 무점포 운영에 따른 보다 차별화된 이용자환경(UI, UX) 개발까지 전산 관련 비용만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에 규정된 의무조항을 모두 준수하기 위한 시스템 투자만 1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며 "ICT 전문기업이 참여했음에도 전산 투자가 의외로 인터넷은행 출범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규모가 비슷한 2금융권과 비교해보면 농협생명이 2013년 신IT시스템을 구축하는데 750억원을 투입했고, 최근 운영을 시작한 삼성생명-삼성화재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에는 3000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특히 무점포 운영을 위한 보다 강력한 보안대책 등을 마련하려면 오히려 기존 은행보다 더 많은 IT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한 IT보안업체 대표는 "지난해 대형 정보유출 사고로 보안 관련 규정이 크게 강화돼 비용 소요 또한 늘었다"면서 "보안 투자의 특성상 기업은 최소한의 투자를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무점포 영업을 하는 인터넷은행에 요구되는 보안 수준은 매우 높은만큼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금리·모바일 강점 '기존 은행에 뺏길 가능성'=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는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위험도가 낮은 이용자층을 선별해 중금리 대출 시장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방침이 중금리를 원하는 중간 신용등급자들의 높은 관심을 업고 4~5년 동안 공격적으로 중금리 대출 이용객을 끌어모을 수는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대손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리스크 관리에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재 1금융권의 평균 신용대출 대손율은 1%대, 카드사의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는 평균 1.5~2%대 사이인데 이 정도 대손율을 만들어내고 관리하는데도 1988년도 카드사 출범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면서 "인터넷은행의 빅데이터 기반 모델링이 아무리 과학적이고 치밀해도, 금융시장의 '현장경험'에 따른 시행착오는 반드시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대손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막상 부실채권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한 추심 역량도 인터넷은행이 갖춰야 할 중대한 요소다. 현재 신한카드 국민카드 등 상위권사의 경우 추심 관련 인력이 250~300명선이다. 전체적인 연체관리, 리스크 관리 등에 투입된 내부인원까지 종합하면 500명선으로 대출 및 추심 운영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인력 훈련과 관리 비용은 상당하다는 것이 금융권 시각이다. 빅데이터라는 ICT 기술만으로는 추심이나 대출 관리에 대한 금융 현장 노하우를 담아내기에 2% 부족한 면이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기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중금리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은행에게는 불리한 정황이다. 기존 은행들이 강력한 이용자 기반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4~7%대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으면 신규 사업자인 인터넷은행을 찾을 이용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에 그간 소극적이었지만 인터넷은행 출범을 계기로 관련 시장의 잠재성을 깨닫고 해당 상품 출시에 발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는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나 중금리 대출은 기존 은행에게 그리 진입장벽이 높은 부분이 아니다"며 "기존 은행이 해당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내세웠을때 인터넷은행에 일시적으로 쏠린 이용자들이 한꺼번에 이탈할 수 있고 이는 인터넷은행 사업자의 또 다른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주구성 등 '법·정책' 리스크=각 사업자들의 주주구성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카카오은행의 경우 주주구성에 관한 별도 사전계약을 체결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용우 한국투자금융지주 전무는 이날 설명회에서 "은행법이 개정됐을 때의 공동출자 약정서에 따라 한투는 2대 주주로 물러나고 카카오가 1대 주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KT의 지분 확대를 위해 증자를 통한 지분 재구성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은행법의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식 인가를 받기 전까지 주주구성 및 지분율 배분을 명확하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국회는 은행법 개정안을 심의하기 시작했지만 내년 상반기 총선까지 겹쳐 19대 회기 안에 법안 심의를 마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사업자들은 내년 초 정식 법인을 출범시키고 6개월 안에 사업을 시작한 후 하반기에는 정식 인가를 받아야 한다. 총선과 맞물린 국회 일정 때문에 19대 회기에서 해당 개정안이 폐기되면 정식인가 전까지 법 개정이 어려울 수 있다.
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도 이런 문제들을 인지하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추진단장은 "시장의 여러 가지 우려가 많지만 인터넷은행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내놓길 원하는 이용자들의 요구가 더 강할 것"이라며 "혁신이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김인회 케이뱅크 태스크포스팀장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력있는 기업들이 주주사로 참여했다"면서 "은행에선 후발주자이지만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에선 기존 사업자들을 압도하는 결과를 내 놓고 3년 내 흑자 달성, 6년 내 손익분기점 도달, 10년 후엔 자산 20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은성 신동규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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