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한개만으로 다국적기업 조세회피 막기 어려워
"관련법 모두 개정을"… 세금회피 국가와 협력 시급
"관련법 모두 개정을"… 세금회피 국가와 협력 시급
정부가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다국적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기 위해 첫발을 내딛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하나의 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세금과 관련한 여러 법 개정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효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국제 공조가 중요한 만큼 주요 20개국(G20)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등 후속 작업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국제조세조정법(국조법) 개정안의 세부 시행령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의 핵심 중 하나는 매출액이 연간 1000억원 이상이고, 국회 특수 관계인과 거래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의 국내 사업장은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조직구조, 사업 내용, 금융거래, 재무·세무 현황 등)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는 항목이다. 그러니까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외국 법인은 내년부터 본사와 함께 이를 작성해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이 법 개정안이 제대로 시행되면 그간 외국계 기업이 얼마나 매출을 올리고, 얼마나 세금을 내고 있는지 등 주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합당한 세금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행령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더라도 얼마나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현재 개정안은 개별 법인 매출액이 연간 1000억원을 초과하거나 국외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금액이 연간 500억원을 초과하는 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법인을 대상으로 한다.
우선 연간 1000억원을 초과하는 외국계 법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현행법으로 쉽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의 국내 법인은 공시나 외부 감사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다. 기업이 자신들의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어떤 기업 매출이 연간 1000억원을 넘는지 알기 어렵다. 국외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금액도 파악하기 힘들다.
또 현재 소득세법에선 세금을 물어야 하는 국내 원천 소득에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항목이 없다. 구글, 애플 등이 국내서 애플리케이션을 수천 억원 이상 판매하더라도 법상 세금을 매길 근거가 없다. 이 역시 또 하나의 세금 '구멍'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도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는 '외부감사법 개정안'과, 서버를 둔 지역이 아니라 소득을 올리는 곳에서 세금을 내는 '법인세법 개정안', 애플리케이션 판매 등에 세금을 물리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이와 함께 주요 20개 국가와의 협력 또한 발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국가가 얽혀 있다. 특히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세금 회피 지역으로 꼽히는 국가와 공조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 국가가 세금 회피 의혹을 받는 기업의 정보를 얼마나 공유하고, 협조하느냐에 따라 세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G20 국가들은 내년 2월에 열리는 재무장관회의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는 방안에 대한 후속조치와 모니터링 체계를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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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국제조세조정법(국조법) 개정안의 세부 시행령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의 핵심 중 하나는 매출액이 연간 1000억원 이상이고, 국회 특수 관계인과 거래 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의 국내 사업장은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조직구조, 사업 내용, 금융거래, 재무·세무 현황 등)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는 항목이다. 그러니까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 국내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외국 법인은 내년부터 본사와 함께 이를 작성해 관할 세무서에 제출해야 한다.
이 법 개정안이 제대로 시행되면 그간 외국계 기업이 얼마나 매출을 올리고, 얼마나 세금을 내고 있는지 등 주요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합당한 세금을 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시행령이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더라도 얼마나 효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현재 개정안은 개별 법인 매출액이 연간 1000억원을 초과하거나 국외 특수 관계인과의 거래금액이 연간 500억원을 초과하는 등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법인을 대상으로 한다.
우선 연간 1000억원을 초과하는 외국계 법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현행법으로 쉽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의 국내 법인은 공시나 외부 감사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다. 기업이 자신들의 국내 매출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어떤 기업 매출이 연간 1000억원을 넘는지 알기 어렵다. 국외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금액도 파악하기 힘들다.
또 현재 소득세법에선 세금을 물어야 하는 국내 원천 소득에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항목이 없다. 구글, 애플 등이 국내서 애플리케이션을 수천 억원 이상 판매하더라도 법상 세금을 매길 근거가 없다. 이 역시 또 하나의 세금 '구멍'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법 개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회사도 외부 감사를 받도록 하는 '외부감사법 개정안'과, 서버를 둔 지역이 아니라 소득을 올리는 곳에서 세금을 내는 '법인세법 개정안', 애플리케이션 판매 등에 세금을 물리는 '소득세법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이와 함께 주요 20개 국가와의 협력 또한 발맞춰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는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국가가 얽혀 있다. 특히 아일랜드, 네덜란드 등 세금 회피 지역으로 꼽히는 국가와 공조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 국가가 세금 회피 의혹을 받는 기업의 정보를 얼마나 공유하고, 협조하느냐에 따라 세금을 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G20 국가들은 내년 2월에 열리는 재무장관회의에서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는 방안에 대한 후속조치와 모니터링 체계를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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