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등 중국업체 급부상… 물량공세 한계에 부가가치 큰 '프리미엄' 집중
삼성·LG전자가 올해 들어 세계 생활가전 시장 1위 전략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가전업계의 빠른 성장과 대외 시장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무리한 판매 경쟁보다는 프리미엄을 중심으로 한 수익성 확보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 들어 신흥시장 개척 등 판로 확대보다 프리미엄 전략 강화와 새 수익모델 발굴 등에 역량을 더 집중하고 있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양쪽 모두 세계 1위라는 말을 경쟁하듯이 강조했는데, 연말부터 1위보다는 프리미엄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라며 "사업 전략도 수익성 중심의 내실을 기하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두 회사에서 생활가전 사업을 이끌고 있는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과 조성진 LG전자 사장 역시 1위보다는 체질개선 등에 초점을 맞췄다. 윤 사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 기자간담회에서 매출 1위 달성 여부를 묻는 말에 "생활가전이 먼 미래를 보고 회사의 전략과 비전에 언제든지 적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도 "전체 1등보다는 카테고리별 1등을 해야겠다"며 판매량을 무리해서 늘리기보단 역성장을 막는 전략으로 가겠다고 답했다.
두 회사의 매출과 제품 출시, 대외 시장 여건 역시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업계에 의하면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생활가전업체 1위는 월풀(미국)로 매출이 약 22조원에 이르고, 독일 보쉬·지멘스가 18조원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뒤를 스웨덴 일렉트로룩스와 삼성·LG 등이 16조원 안팎으로 잇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하이얼이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순위 지각변동의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는 연 매출 8조원 규모의 GE 가전사업부 인수로 이미 생활가전에서 삼성·LG와 비슷한 매출을 거두는 하이얼이 단숨에 월풀을 위협할 경쟁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신흥국 소비 수요 침체 역시 삼성·LG전자에 악재다.
최근의 실적 상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CE(소비자가전)부문 영업이익을 전 분기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7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말까지 영업이익(4382억원)이 전년 같은 기간(1조1843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 상황이라 실적 회복은 어렵다. 매출 역시 지난해보다 줄었다.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부문은 지난해 3분기 말까지 766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같은 기간(5332억원)보다 44% 늘었지만, 매출은 소폭 줄어 역시 수익성 강화에 힘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빠른 성장과 소비시장의 양극화로 보급형 제품으로는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전체적인 소비시장의 침체 속에서 점유율 경쟁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더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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