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구 "은행에 투자일임업 허용" 주장… 황영기, 반박 나서
이르면 내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출시를 앞두고 금융투자업계와 은행업계를 대표하는 두 수장이 맞붙었다. ISA 시행과 함께 투자일임업을 은행에도 허용해 달라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주장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정면 반박하고 나서면서 두 업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4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산관리 업무인 '투자일임'은 금융투자업계의 고유 업무로 은행권에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투자일임업은 고객이 맡긴 자산을 통합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는 사업을 뜻한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가 고객이 투자 자산과 상품 등에 투자해달라며 맡긴 돈을 관리, 운용하는 금융투자업 고유의 업무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당초 신탁업 허가를 받은 금융사만 ISA를 취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난달 31일 투자일임계약형 ISA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국내에서 신탁업은 은행과 대형증권사 일부만 등록돼 있지만 투자일임업은 중소증권사와 종금사도 등록돼 있어 ISA를 취급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은행에도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구하고 있다. 투자일임형이 ISA 유치 경쟁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최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각 은행이 자사 예·적금 상품을 편입할 수 있도록 일임형을 허용해달라"며 금융당국의 빠른 결정을 촉구했다.
이날 황 회장의 발언은 이런 은행권의 움직임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황 회장은 "은행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기관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투자형인 '투자일임' 상품을 판매했다가 손실이 나면 고객 민원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은행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은행이 ISA에 자사 예금을 편입하는 것은 신탁 취지에 어긋난다며 "정부가 허용한다면 10%나 15%로 (비중을) 낮게 묶어놓는다는 전제하에 (은행의)자사 예금 편입도 동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은행은 운용 전문가도 없고 투자상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아니다"며 거듭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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