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폐와 신장 등 주요 장기의 기능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 패혈증의 발병 표적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실험적 항체를 개발했다. 이 항체를 이용하면 패혈증의 주요 증상인 혈액 손상과 혈액 응고·누출, 염증 반응 등을 줄여 새로운 패혈증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연구단(단장 고규영 KAIST 교수)은 패혈증 진행과 치료의 새로운 혈관 표적물질인 'TIE2'를 발견하고, 이를 활성화하면 패혈증 악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0일 밝혔다.
특히 패혈증을 악화시키는 단백질(ANG2)은 억제하고, 미세혈관을 보호하는 TIE2 수용체는 강화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실험적 항체 '앱타(ABTAA)'를 개발했다. 앱타는 혈관 손상을 예방하면서 동시에 혈관을 강화하는 이중 기능을 하는 항체다.
패혈증은 매년 전 세계에서 1900만명 이상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사율이 가장 높은 질병 중의 하나로, 말기 암 환자 등 여러 중증 환자에서 주로 발생한다. 패혈증에 걸리면 모세혈관이 파괴돼 주요 장기 기능이 떨어져 사망하게 되지만, 진행과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표적치료제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팀은 패혈증 진행을 막으려면 혈관 손상과 혈액 누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혈관내피세포의 항상성 유지에 관여하는 TIE2 수용체와 ANG2 단백질의 역할을 집중 규명했다.
그 결과, TIE2 수용체는 미세혈관을 안정화시키고 보호하지만, 혈액 내 ANG2 단백질은 TIE2 수용체에 특이하게 결합해 혈관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혈액 누출을 유발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실험적 항체인 '앱타'를 이용해 표적물질인 ANG2 단백질에 결합하면 혈관 손상을 예방하고, ANG2 단백질을 결집시켜 TIE2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이중기능을 갖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앱타를 패혈증에 걸린 실험동물에 투여하자 30% 이상이 폐와 신장에서 일어나는 혈액 누출과 혈관 손상, 염증 반응, 부종 등이 감소하며 생존율이 증가했다. 앱타와 항생제를 함께 투여한 경우에는 생존율이 70%까지 높아졌다. 반면 앱타를 투여하지 않은 실험동물은 80시간 내 모두 폐사했다.
연구팀은 앱타가 아직 실험적 항체이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후속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 연구는 패혈증 연구와 치료 방향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패혈증 치료에 TIE2 활성제가 추가적인 치료 약물로 사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중개의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 온라인판에 21일 실렸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패혈증에 의한 혈관 염증 반응 시 '앱타'의 작용 모식도로, 실험용 항체인 앱타는 ANG2 단백질을 결집시켜 TIE2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해 주변 지지세포가 강화되고 염증 반응이 억제되면서 혈액 누출을 막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