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 이용규정 대폭 완화… 금융거래 외 3자 제공도 허용
빅데이터 활용 근거조항 마련… 금융권에 과도한 혜택 지적
전문가·학계·소비자 배제한채 소수 이해관계자 비공개 논의
빅데이터 활용 근거조항 마련… 금융권에 과도한 혜택 지적
전문가·학계·소비자 배제한채 소수 이해관계자 비공개 논의
긴급진단 21년만의 대수술 `신용정보법`
금융당국이 21년 만에 금융권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확' 바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 예고했다. 개정 신용정보법을 통해 그간 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금융현장의 유사·중복 규제를 해소하고, 금융회사의 비식별정보 활용을 허용함으로써 빅데이터 등 신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하지만 비식별정보 활용 허용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혜택인 데다, 제대로 된 비식별정보 보호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상태로는 이용자 동의 없이 금융회사에 모든 개인정보 이용을 허용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신용정보로 일원화한데 따른 금융회사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에 3회에 걸쳐 개정 신용정보법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금융당국이 21년 만에 금융권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확' 바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 예고했다. 개정 신용정보법을 통해 그간 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금융현장의 유사·중복 규제를 해소하고, 금융회사의 비식별정보 활용을 허용함으로써 빅데이터 등 신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하지만 비식별정보 활용 허용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혜택인 데다, 제대로 된 비식별정보 보호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상태로는 이용자 동의 없이 금융회사에 모든 개인정보 이용을 허용할 수 있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신용정보로 일원화한데 따른 금융회사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에 3회에 걸쳐 개정 신용정보법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금융사에 보호장치 없이 '비식별 정보' 이용 허용=개정 신용정보법에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근거조항이 새롭게 마련됐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보유한 신용정보 중 '비식별 정보(정보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는 정보)' 범위를 과연 어디까지 볼 것인지, 이를 사용했을 때 개인정보 무단 사용에 대한 분쟁의 소지는 없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빅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인 측면이 적지 않았다. 금융위 역시 이에 대한 유권해석 요청을 빈번하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식별정보란 나머지 신용정보와 결합하는 경우에만 개인신용정보라고 결론이 내려진 적 있긴 하지만 이를 금융회사들이 넓은 의미의 비식별정보 활용 허용이라고 생각하고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제2조제2호를 개정해 '개인신용정보란 신용정보 중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신용정보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그 정보만으로 신용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식별할 수 있는 정보 포함)'라고 규정했다. 남동우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이 조항을 통해 개인 신용정보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렸고,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용정보주체의 보호'를 다룬 개정 내용이다. 신용정보법 제32조의2 제1항에서는 금융회사가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할 때 이용자의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하며 타인에게 신용정보를 제공할 경우, 정보 주체에게 해당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법에서는 제2항을 통해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지 않는다면 신용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즉 개인신용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가공(비식별화)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금융거래나 신용평가 등 법에 규정된 목적 외에도 금융회사가 이 정보를 이용하거나 제 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비식별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해 다시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됐을 경우 해당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법에서 금융거래라는 본연의 목적 외 용도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제 3자 제공까지 허용한 것은 금융위원회가 처음부터 충분한 보호조치 없이 금융회사만 지나치게 배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소비자단체 배제한 채 깜깜이 개정=금융위원회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해 인터넷, 통신 업체 등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적이 있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 소비자 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여 2년여간 격론을 펼친 끝에 제정했지만 아직도 논란이 일며, 개정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보 이용이나 제 3자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보이용 주체에게 동의를 받는 것을 전제로 했으며 동의 방식을 '사전 동의'냐 '사후 동의'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사후 동의 정도로 갈음했다. 금융위처럼 이용자 동의를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란 얘기다.
방통위 빅데이터 가이드라인 제정에 관여한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빅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활용 정보'는 개인이 스스로 온라인에 게시한 SNS, 블로그, 포털 게시물 등을 말한 것이지 인터넷업체나 통신사가 거래를 위해 필수로 수집한 정보를 목적 외 활용하도록 허용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소수 이해관계자만 모여 비공개로 법을 개정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극소수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원(금융회사 출신), 금융보안원(금융회사 출신), 법률전문가(김앤장 소속 신용정보법 전문), 교수(금융학 전문) 등이 태스크포스를 구성, 수개월 만에 개정안을 만들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보호전문가나 관련 학계는 개정 작업에 대한 언질조차 받지 못했으며 당연히 개정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용자 주권을 대변하는 금융소비자단체 및 시민단체 역시 개정작업에서 배제돼 있다.
법률 개정을 위한 형식적인 공청회나 공개토론회 한번 열리지 않았다.
방통위는 2년간 10여차례의 공개 토론회 및 공청회를 개최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온라인 공개 정보마저도 수집, 활용하는데 있어 해당 정보주체가 사전 동의를 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와 업계, 소비자보호 시민단체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는데, 개인에게 물질적 타격을 직접 입힐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금융회사가 수집하고 이를 목적 외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부분에 대해 사실상 업계 관계자들만 모여 처리한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금융당국이 21년 만에 금융권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확' 바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 예고했다. 개정 신용정보법을 통해 그간 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금융현장의 유사·중복 규제를 해소하고, 금융회사의 비식별정보 활용을 허용함으로써 빅데이터 등 신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하지만 비식별정보 활용 허용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혜택인 데다, 제대로 된 비식별정보 보호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상태로는 이용자 동의 없이 금융회사에 모든 개인정보 이용을 허용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신용정보로 일원화한데 따른 금융회사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에 3회에 걸쳐 개정 신용정보법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금융당국이 21년 만에 금융권 개인정보 보호체계를 '확' 바꾸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마련, 입법 예고했다. 개정 신용정보법을 통해 그간 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던 금융현장의 유사·중복 규제를 해소하고, 금융회사의 비식별정보 활용을 허용함으로써 빅데이터 등 신사업을 적극 육성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하지만 비식별정보 활용 허용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혜택인 데다, 제대로 된 비식별정보 보호조치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상태로는 이용자 동의 없이 금융회사에 모든 개인정보 이용을 허용할 수 있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모든 금융거래 정보를 신용정보로 일원화한데 따른 금융회사 내부의 불만도 적지 않다. 이에 3회에 걸쳐 개정 신용정보법의 문제점을 짚어 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금융사에 보호장치 없이 '비식별 정보' 이용 허용=개정 신용정보법에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근거조항이 새롭게 마련됐다. 그동안 금융회사는 보유한 신용정보 중 '비식별 정보(정보 주체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는 정보)' 범위를 과연 어디까지 볼 것인지, 이를 사용했을 때 개인정보 무단 사용에 대한 분쟁의 소지는 없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아 빅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인 측면이 적지 않았다. 금융위 역시 이에 대한 유권해석 요청을 빈번하게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식별정보란 나머지 신용정보와 결합하는 경우에만 개인신용정보라고 결론이 내려진 적 있긴 하지만 이를 금융회사들이 넓은 의미의 비식별정보 활용 허용이라고 생각하고 현장에서 적용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제2조제2호를 개정해 '개인신용정보란 신용정보 중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신용정보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그 정보만으로 신용정보주체를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식별할 수 있는 정보 포함)'라고 규정했다. 남동우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이 조항을 통해 개인 신용정보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렸고,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용정보주체의 보호'를 다룬 개정 내용이다. 신용정보법 제32조의2 제1항에서는 금융회사가 개인신용정보를 이용할 때 이용자의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하며 타인에게 신용정보를 제공할 경우, 정보 주체에게 해당 내용을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법에서는 제2항을 통해 '제1항에도 불구하고 이용자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지 않는다면 신용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즉 개인신용정보를 알아볼 수 없게 가공(비식별화)해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금융거래나 신용평가 등 법에 규정된 목적 외에도 금융회사가 이 정보를 이용하거나 제 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비식별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해 다시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됐을 경우 해당 금융회사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법에서 금융거래라는 본연의 목적 외 용도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제 3자 제공까지 허용한 것은 금융위원회가 처음부터 충분한 보호조치 없이 금융회사만 지나치게 배려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소비자단체 배제한 채 깜깜이 개정=금융위원회에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도 지난해 인터넷, 통신 업체 등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적이 있다. 관련 업계와 전문가, 소비자 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모여 2년여간 격론을 펼친 끝에 제정했지만 아직도 논란이 일며, 개정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정보 이용이나 제 3자에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보이용 주체에게 동의를 받는 것을 전제로 했으며 동의 방식을 '사전 동의'냐 '사후 동의'로 할 것이냐를 두고 격론을 벌인 끝에 사후 동의 정도로 갈음했다. 금융위처럼 이용자 동의를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란 얘기다.
방통위 빅데이터 가이드라인 제정에 관여한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빅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활용 정보'는 개인이 스스로 온라인에 게시한 SNS, 블로그, 포털 게시물 등을 말한 것이지 인터넷업체나 통신사가 거래를 위해 필수로 수집한 정보를 목적 외 활용하도록 허용한 것이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당국과 소수 이해관계자만 모여 비공개로 법을 개정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작업에 참여한 인원은 극소수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원(금융회사 출신), 금융보안원(금융회사 출신), 법률전문가(김앤장 소속 신용정보법 전문), 교수(금융학 전문) 등이 태스크포스를 구성, 수개월 만에 개정안을 만들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보호전문가나 관련 학계는 개정 작업에 대한 언질조차 받지 못했으며 당연히 개정 작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용자 주권을 대변하는 금융소비자단체 및 시민단체 역시 개정작업에서 배제돼 있다.
법률 개정을 위한 형식적인 공청회나 공개토론회 한번 열리지 않았다.
방통위는 2년간 10여차례의 공개 토론회 및 공청회를 개최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온라인 공개 정보마저도 수집, 활용하는데 있어 해당 정보주체가 사전 동의를 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 전문가와 업계, 소비자보호 시민단체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는데, 개인에게 물질적 타격을 직접 입힐 수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금융회사가 수집하고 이를 목적 외 이용하도록 허용하는 부분에 대해 사실상 업계 관계자들만 모여 처리한 것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