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콩글리시] ‘베드 타운’은 오명을 벗고 싶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4/20160421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베드 타운’은 오명을 벗고 싶다")
농경시대를 지나 공업화 시대로 넘어감에 따라 농어촌 지역에 흩어져 살던 사람들이 공장지대로 모여들면서 도시의 팽창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산업화의 거대 물결이 됐다. 특정 지역의 인구 집중은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는데 주택난 심화, 범죄의 증가, 환경오염, 교통체증 유발, 교육 및 편의 시설의 부족, 농촌인구의 이탈 등을 초래했다.
소도시 전원주의(small town pastoralism)는 도시 직장인들의 공통적인 꿈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이내 거리에 second home, 별장(cottage)을 마련하고 싶은, 도시탈출 욕망은 누구나 갖고 있다. 이와 반대로 어떤 전문가는 부동산시장에서는 사람들이 도심으로 다시 몰리는 재도시화(re-urbanization)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을 '도시의 귀환'이라고 말한다. 서울시가 역세권에 고밀도 아파트를 지어서 직장인들의 주거난을 덜어보겠다는 발상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집 지을 땅은 제한돼 있음으로 4, 50층 고층 아파트가 여기저기 늘어난다. 홍콩, 싱가포르뿐 아니라 많은 도시들이 '수직 도시'로 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보면 뉴욕, 런던, 도쿄, LA, 서울 등 인구 1천만명이 넘는 megacity들이다. 이들 도시 주변에는 주거도시 또는 위성도시들이 수없이 많다. "수도권에서 하남 미사강변 도시, 광명 역세권, 화성 동탄2, 고양 삼송 등 4개 택지개발지구(신도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십 여개의 택지지구가 개발되고 있지만 각각 서울의 동서남북에 자리 잡은 이들 지구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한경, 2016.3. 24).
신문의 아파트 시세표에는 행정구역상 서울이 아닌 곳을 두 가지로 부른다. 신도시와 수도권이다. 일산과 분당은 신도시이고 그 밖의 서울 생활권을 수도권이라고 부른다. 이건 신문이 편의상 나눈 것일 뿐 모두 서울의 베드타운(bed town)에 속한다.
#... 미사지구는 베드타운이 아닌 자족 기능을 갖춘 미래형 도시로서….
#분당 일산 평촌 등 베드타운(bed town)은 배드타운(bad town)이다(조선비즈,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인터뷰).
#1기 신도시를 통해 베드타운으로 겪은 여러 문제점을 학습하면서 최근 조성된 택지지구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일정규모 이상 자족시설 용지를 확보하고 있다(환경일보, 2016. 3.10).
#There is an unfortunate possibility of Kimhae and Yangsan turning into bedtown of Pusan rather than expanding as self-sufficient cities(불행히도 김해와 양산은 자족도시로서 확장보다는 부산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콩글리시다.
베드타운? 서양사람이 듣는다면 무슨 가구단지나 침대공장이 몰려있는 가구촌을 연상하기 쉽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30km 떨어진 곳에 인구 8만명쯤 되는 Hilversum이라고 하는 소도시가 있다. 방송기관이 모여 있는 탓에 radio city로도 불리는 잘 계획된 도시(well planned city)다. 허드슨강 건너 Summit 등 뉴저지 garden state 주민들은 뉴욕시로 출퇴근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계획도시 츠쿠바는 도쿄에서 35km 거리에 위치한 연구교육 중심도시다. 이처럼 세계 어디나 대도시 주변에는 위성도시, 주택도시, 신도시가 수없이 많다. 그래서 뉴욕은 5개 borough(자치구)로 구성된 뉴욕시 외에 주변의 소도시를 포함시켜 Greater New York으로 부른다. 과거엔 많은 근로자들이 시 외곽에 살면서 일하러 도시 중심으로 들어왔지만 위성도시에 일자리가 생기고 생활과 교육, 문화레저시설을 갖춘 자족도시(self-sufficient city)가 되면서 잠만 자는 'bed town'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앞서 어떤 정치인이 bed town은 bad town(나쁜 도시)이라고 말한 것도 자족도시로서 기능이 부족한 것을 지적한 것일 게다.
콩글리시 베드타운은 진짜 영어로는 뭐라고 해야 할까? A commuter town is a town whose residents normally work elsewhere, although they live and sleep in these neighborhoods(커뮤터타운이란 주민들이 비록 이런 인접지역에 살며 잠자지만 일은 다른 곳에 가서 하고 있는 도시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town은 village보다는 크고 city보다는 작은 곳을 뜻한다. '통근자들이 사는 동네' 그곳이 바로 신도시이고 베드타운 아닌가. commuter town은 exurb(short for 'extra-urban'), bedroom community 또는 dormitory town 등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bed town만은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짝퉁 영어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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