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20개조항 시정 조치
사전통지 없이 계약해지·변경
수리업체 주문 일방적 취소 금지
사전통지 없이 계약해지·변경
수리업체 주문 일방적 취소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공인 수리 서비스 업체에 대한 애플의 '횡포'를 없애도록 불공정 약관을 고쳤다. 이른바 '갑질 AS(사후서비스)'로까지 불리며 국내 소비자로부터 큰 불만을 샀던 애플의 AS가 이번 약관 시정으로 근본적으로 개선될지 주목된다.
2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애플과 수리업체 간 '애플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서' 중 20개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애플의 아이폰을 수리하는 공식 수리업체 6곳을 포함해 총 9곳의 애플 제품 공인 수리업체가 있다. 이번 약관 시정은 아이폰뿐만 아니라 애플 제품 전체에 적용된다.
공정위는 우선 애플이 사전 통지 없이 수리 서비스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었던 조항을 시정 조치했다. 애플이 자의적으로 수리업체의 주문을 거절하거나, 주문을 수락한 이후에는 취소할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 소비자는 수리업체에 제품 수리를 맡겨도, 애플 측의 일방적 부품 공급 취소로 아무 이유 없이 수리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잦았다.
또 그동안 애플은 수리업체의 부품 주문을 무시하고, 늑장 배송하더라도 책임지지 않았는데, 이것도 개선토록 했다.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수리업체의 부품 주문량 일부를 공급하지 않을 수 있고, 배송이 지연되면 애플이 책임지도록 했다.
수리업체가 주문한 제품이 아니라 중고품을 수리한 재생품(리퍼 제품)을 공급하거나, 이로 인해 수리업체가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애플이 책임지지 않았던 조항도 개선됐다. 수리업체는 애플이 유사품을 공급할 경우 이를 거절할 수 있게 됐다.
애플과 수리업체 간 분쟁이 발생해 소송을 제기하고자 할 경우, 특정 기간으로부터 1년 내에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사라졌다. 수리업체는 분쟁 발생 시 기간 제한 없이 애플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약관을 한국어로 번역하지 못하도록 했던 조항도 사라졌다.
애플과 수리업체 간 불공정 약관이 시정된 것은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애플의 불공정 계약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해외 사례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여전히 제기된다. 실제 프랑스 공정위는 최근 애플이 이동통신사와 아이폰 공급 관계에서 불공정 거래를 했다며 애플에 4850만 유로(약 640억원)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등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명백한 행위가 있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 이번 약관 시정 조치와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박세정기자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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