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신용정보 통합 무리수
애매한 정보 개념… 현장에 혼선
매출액 3% 천문학적 과징금도
금융권, 기술 투자 위축 불가피
애매한 정보 개념… 현장에 혼선
매출액 3% 천문학적 과징금도
금융권, 기술 투자 위축 불가피
■긴급진단 21년만의 대수술 '신용정보법' (하)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빅데이터 활용 근거를 갖게 돼 환영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처벌 범위를 강화하면서 기존 금융거래정보를 모두 신용정보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금융회사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회사도, 소비자도, 전문가도 모두 이해하기 힘든 개정안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거래정보도 개인신용정보로 취급…처벌 강화=금융위는 개인신용정보의 범위를 확대해 금융회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이번 개정안에 포함했다. 그동안은 같은 정보유출이라도 정보 항목에 따라 처벌이 달랐다. 금융거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인 주민등록번호는 '고유식별정보'로 분류돼 이 번호가 유출되면 개인정보보호법 처벌 규정을 적용받고, 개인의 신용을 판단할 수 있는 '신용정보'가 누설되면 신용정보법 처벌 규정을 적용했다. 하지만 개정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정보 등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금융거래와 관련해 처리하는 모든 정보를 신용정보로 규정하면서 처벌 규정 역시 신용정보법에 따르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신용정보의 범위를 너무 넓게 파악해 금융회사에 대한 처벌범위가 무제한 넓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신용정보란 개인 신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며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 단순 송금과 같은 금융거래정보, 본인 확인을 위한 기초 정보도 모두 신용정보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정보를 신용정보법으로 통일하겠다는 취지를 살리려다 보니 다소 무리하게 개념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작 (정보유출 등의 사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에서는 신용정보법에서 규정한 데로 판단할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거래정보와 개인신용정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규정하도록 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은행 거래를 딱 한번 하면서 2만원을 송금했다면, 이 정보는 과거 금융거래정보였지만 지금은 신용정보가 되는 것"이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정보 범위가 무제한 넓어진 셈이고 처벌 수위도 무한대로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벌 범위 무한 확대에 금융회사 "부담 백배"=실제 금융권에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일단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정보의 범위가 너무 넓어진 것이 업무에 상당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에 업권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014년 카드정보유출사태 이후 이전보다 더욱 정보보호에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정보보호 관련 법률이 복잡하고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몰라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질 때가 적지 않았다. 이에 관련 규제를 보다 명확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돌아온 것이 '무한 책임'이어서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권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핀테크 기술을 대거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정보보호담당 임원은 "최근에는 핀테크 기술 확대나 비대면거래 등을 통해 이전에 없던 거래 채널이 대거 늘어나고, 기존 금융거래정보나 개인정보와는 또 다른 다양한 금융정보가 생성되고 있는데 법대로라면 이를 모두 신용정보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보 관리 소홀로 매출액의 3%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어내라고 하면 금융회사가 검증되지 않은 핀테크 신기술에 투자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데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해 금융회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빅데이터 활용 근거를 갖게 돼 환영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처벌 범위를 강화하면서 기존 금융거래정보를 모두 신용정보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금융회사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회사도, 소비자도, 전문가도 모두 이해하기 힘든 개정안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거래정보도 개인신용정보로 취급…처벌 강화=금융위는 개인신용정보의 범위를 확대해 금융회사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이번 개정안에 포함했다. 그동안은 같은 정보유출이라도 정보 항목에 따라 처벌이 달랐다. 금융거래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인 주민등록번호는 '고유식별정보'로 분류돼 이 번호가 유출되면 개인정보보호법 처벌 규정을 적용받고, 개인의 신용을 판단할 수 있는 '신용정보'가 누설되면 신용정보법 처벌 규정을 적용했다. 하지만 개정을 통해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정보 등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금융거래와 관련해 처리하는 모든 정보를 신용정보로 규정하면서 처벌 규정 역시 신용정보법에 따르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신용정보의 범위를 너무 넓게 파악해 금융회사에 대한 처벌범위가 무제한 넓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신용정보란 개인 신용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며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서 단순 송금과 같은 금융거래정보, 본인 확인을 위한 기초 정보도 모두 신용정보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정보를 신용정보법으로 통일하겠다는 취지를 살리려다 보니 다소 무리하게 개념을 확대했다는 것이다. 그는 "정작 (정보유출 등의 사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에서는 신용정보법에서 규정한 데로 판단할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금융거래정보와 개인신용정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규정하도록 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은행 거래를 딱 한번 하면서 2만원을 송금했다면, 이 정보는 과거 금융거래정보였지만 지금은 신용정보가 되는 것"이라며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정보 범위가 무제한 넓어진 셈이고 처벌 수위도 무한대로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벌 범위 무한 확대에 금융회사 "부담 백배"=실제 금융권에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일단 보호하고 관리해야 할 정보의 범위가 너무 넓어진 것이 업무에 상당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는 금융회사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 때문에 업권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014년 카드정보유출사태 이후 이전보다 더욱 정보보호에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정보보호 관련 법률이 복잡하고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몰라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질 때가 적지 않았다. 이에 관련 규제를 보다 명확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돌아온 것이 '무한 책임'이어서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최근 금융권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핀테크 기술을 대거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정보보호담당 임원은 "최근에는 핀테크 기술 확대나 비대면거래 등을 통해 이전에 없던 거래 채널이 대거 늘어나고, 기존 금융거래정보나 개인정보와는 또 다른 다양한 금융정보가 생성되고 있는데 법대로라면 이를 모두 신용정보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보 관리 소홀로 매출액의 3%라는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어내라고 하면 금융회사가 검증되지 않은 핀테크 신기술에 투자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데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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