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실 6개월새 2배로 늘어
가계부채·저물가도 큰 영향력
가계부채·저물가도 큰 영향력
한은 '시스테믹 리스크 서베이'
국내 금융시스템의 최대 고민거리로 중국 경기 둔화·기업 부실위험 증가·가계부채·저물가 고착화 등이 지목됐다.
23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발표한 '시스테믹 리스크(위험)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한국 금융시스템의 잠재 위험 요소로 △중국 경기 둔화(73%) △기업 부실위험 증가(59%) △가계부채 문제(54%) △저성장·저물가 기조 고착화(51%) 등이 꼽혔다.
시스테믹 리스크란 외환위기 때처럼 환율, 주가 등 각종 변수가 요동치며 실물경제에 심각한 파급 효과를 미치는 상황으로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한은은 2012년부터 매년 2회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6일부터 20일까지 국내외 68개 금융기관 경영전략·리스크 담당 부서장, 금융시장(주식·채권·외환·파생 등) 참가자 68명과 해외 금융기관 한국 투자 담당자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10월 설문 결과와 비교하면 기업 부실위험 증가 문제가 27%포인트 오른 59%의 응답 비율로 새로운 위험 요소로 부각됐다. 저성장·저물가 기조 고착화 역시 47%에서 51%로 소폭 올랐다.
중국 경기 둔화는 90%보다는 누그러진 73%로 집계됐지만, 여전히 최대 위험 요소 중 하나로 남아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62%에서 54%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 중국 경기 둔화, 기업 부실위험 증가 순으로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고 진단했다.
저성장·저물가 기조 고착화와 기업 부실위험 증가는 다른 항목보다 상대적으로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응답비율이 낮아진 것이 문제 항목 자체의 중요성이 줄어든 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신현열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장은 "조사 대상자들이 설문 당시 느끼는 인식이 반영된 지표"라며 "주요 문제점으로 부각된 항목에 대해서 한은이 통화정책을 바꿔 즉각 대응하기보다는 외부 인식을 감안하는 참고자료 정도로 쓰인다"고 말했다.
기관별 응답을 살펴보면 국내은행 응답자는 중국 경기 둔화(80%)를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기업 부실위험 증가(75%), 가계부채 문제(60%), 저성장·저물가 기조 고착화(60%) 등도 주요 위험으로 인식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은 가계부채 문제(88%), 기업 부실위험 증가(75%) 등을 주요 위험으로 응답했다. 금융시장 참가자와 해외 조사대상자는 공통적으로 중국 경기 둔화를 각각 75%, 90%의 높은 응답 비율로 응답했다.
금융시스템 안정성 신뢰도(앞으로 3년간)는 33%가 '높다'고 응답했지만 '낮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신 팀장은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이 대체로 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인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단기(1년 이내)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낮다'는 응답은 49%로 '높다'는 응답(15%)을 크게 웃돌았다. 중기(1~3년)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높다'는 응답(40%)이 '낮다는 응답(19%)을 웃돌았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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