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암흑물질과 공룡`, 미지의 우주를 밝혀줄 `암흑물질` 규명에 도전](http://contents.dt.co.kr/images/201606/2016062102109952660006[1].jpg "[서평]`암흑물질과 공룡`, 미지의 우주를 밝혀줄 `암흑물질` 규명에 도전")
'암흑물질과 공룡'(Dark Matter and the Dinosaurs)은 인류에게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번 해보라고 권한다. 독자들이 올 초 국내에 소개된 저자의 다른 책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Knocking on Heaven's Door)에서 말한 '가늠할 수 없는 차이에서 오는 숭고함'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암흑물질과 공룡'은 이 '숭고함'에 대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가 주로 물질의 내부구조(공간과 시간이 붕괴할지도 모르는 경계선, 10의 마이너스 35제곱미터 양자중력세계)를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 책은 우주의 스케일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리사 랜들(Lisa Randall)은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의 그 '숭고함'을 이 책에서는 '일상의 어리석음을 관조하게 하는 관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주의 방대함, 우리의 과거,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서로 들어맞는가를 더 깊이 이해할수록 사람들이 흔히 종교적 감정이라고 말하는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감정은 누구에게도 일상의 어리석음을 관조하게 하는 관점을 제공한다."
스케일의 광막함이 우리와 아무런 관계없이 별개로 존재한다면 우리는 두려움도 가질 필요가 없고 더군다나 관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은 우주 스케일은 인간 스케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것도 지금 이 순간 여기에서 우주 스케일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 리사 랜들은 지난 주 '뉴피직스'(NPKI)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의 스케일도 바로 우주적 스케일이라는 말을 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6600만 년 전 멸절한 공룡을 예로 든다. 공룡이 멸종된 것이 우주 스케일의 인과관계 고리에서 일어난 사건이란 설명이다.
저자에 의하면 원반처럼 생긴 우리 은하계와 중첩돼 암흑물질 원반이 있는데, 은하계 안에 있는 태양계가 3200만 년 정도를 주기로 암흑물질 원반을 지날 때마다 태양계 끝에 있는 오르트 구름이 교란돼 혜성이나 소행성 같은 유성체가 태양계 안쪽으로 날아오게 돼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6600만 년 전 공룡 멸절을 야기한 지구와 소행성 충돌도 바로 암흑물질이 방아쇠 역할을 해 소행성 충돌을 일으킨 사건이었다는 설명이다.
책은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각양각색의 우주론에 대한 선입견을 완화하고 인간이 우주의 일부로서 열린 마음을 갖길 바라 우화적이면서도 친근한 존재인 공룡을 데려온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공룡은 이 책에서 일종의 '미끼'다. 즉 이 책은 공룡을 통해 우주로 관심을 환기한다. 내용도 제1부 암흑이 지배하는 우주, 2부 살아 움직이는 태양계, 3부 암흑물질의 정체로 주로 우주를 형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설명이다. 그리고 그 핵심은 이 우주 구성물질의 85%를 차지하는 암흑물질에 대한 존재와 그 관찰 및 이해 가능성을 논하고 있다.
암흑물질은 빛 같은 전자기파와는 상호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암흑 물질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암흑 물질이 발휘하는 거대한 중력은 느낄 수 있다. 우주 전체 에너지 가운데 69%는 암흑 에너지이고 26%가 암흑물질이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고, 우리 지구, 우리 태양, 우리 은하 같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이루고 있는 보통 물질은 고작 5%뿐이다. 에너지가 아니라 물질만 따지면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물질의 85%를 차지한다. 말 그대로 우리 우주를 지배하는 것은 '암흑'인 것이다. 현대 물리학과 천문학이 우주의 나이를 정확히 측정하고 구성 물질(보통 물질)을 규명해냈다고 하지만 그건 15% 정도에 불과하다. 더 속속들이 들어가면 아직도 우리는 중력이 나머지 3대 힘(전자기력, 약력, 강력)에 비해 왜 매우 미약한지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리사 랜들은 바로 그 중력의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네 번째 공간차원, 비틀린 여분 차원의 이론을 제안해 전 세계 물리학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암흑물질에 대한 이론은 숨겨진 여분차원의 우주를 설명하는 연장선에서 전개된다. 리사 랜들은 암흑 물질들 사이에서만 작용하는 '제5의 힘'(dark light 또는 dark electromagnetism)의 존재를 상정한다. 지난 200년간 정립된 4가지 힘의 '교리'를 뒤흔든 것이다. 공룡의 종말을 야기한 '이중 원반 암흑 물질'을 설명하는 모형은 이렇게 암흑 물질에 대한 저자의 새로운 학설에 근거한 것이다.
현존 최고의 과학자들이 이 책에 대해 경쟁적으로 찬사를 내놓았다. 영화 '인터스텔라'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해 화제가 됐던 저명한 이론 물리학자 킵 손(칼텍 파인만 석좌교수)은 "물리학 천문학 지질학 고생물학을 관통하는 유쾌한 모험, 현대 과학의 폭넓은 영역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놀라운 상호 연결성에 대해서 야심 차고 명료한 서술을 시도한 책"이라고 평했다. '퀀텀 유니버스'의 저자이자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교수인 브라이언 콕스는 "리사 랜들은 위대한 물리학자들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저명한 과학자이자 대중을 위한 과학저술에서 저자와 남녀 쌍벽(1941년생인 도킨스가 21살 많지만)을 이룬다 할 수 있는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이란 미신과 무지, 또는 사이비 지식인들이 유포하는 반계몽주의에 대항해 마음과 정신을 무기 삼아 도전하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과학과 명석함 그리고 매력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리사 랜들이 우리 편이라는 사실에 내가 얼마나 감사하는지 모를 것이다"라고 기쁨과 찬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리사 랜들은 이런 찬사를 받는 데 부족함이 없는 과학자다. 현재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로서 세계 여성 물리학자 가운데 노벨물리학상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타임'은 '리사 랜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선정하기도 했다. 저자가 1999년 라만 선드럼과 함께 발표한 '비틀린 여분 차원'(Warped Extra Dimensions)에 관한 논문은 전 세계 물리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서 제안한 '랜들-선드럼 모형'은 현대 이론물리학의 여러 난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그녀는 급팽창 우주론, 초대칭성 이론, 대통일 이론, 끈 이론 등에 공헌했다. 또한 21세기 들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물리학자 중 한 명이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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