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호텔 제공
6.25 전쟁의 영웅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의 후손들이 6.25 66주년을 맞아 워커힐 호텔을 방문해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기념비에 헌화했다. 워커힐 호텔은 "고 워커 장군의 일가가 워커힐 호텔을 방문해 호텔 구성원들의 진심 어린 환영을 받고 기뻐했다"고 27일 밝혔다.
워커힐 호텔은 맥아더 장군과 함께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불의의 사로고 숨진 미8군 사령관 워커 장군을 기리기 위해 명명됐다. 올해로 호텔 명명 53주년을 맞이했다. 워커힐 호텔 내에는 워커 장군의 공로를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워커힐 호텔은 6.25 전쟁 66주년을 맞아 내한한 워커 장군 후손들을 초청해 지난 23일 워커 일가 환영식과 함께 헌화 및 추모행사를 가졌다. 워커 일가의 이번 한국 방문에는 워커 장군의 손자인 샘 워커(육군 예비역 중령) 부부와 증손자 2명(조셉 버나드 워커, 월튼 해리스 워커)이 동행했다. 워커힐 호텔은 워커 장군 일가를 위해 한식당 '온달'과 '명월관'에서 환영 만찬을 개최했다. ▲월튼 H. 워커 장군
1889년 12월 3일 텍사스주 벨튼에서 출생한 워커(Walton H. Walker) 장군은 1912년 미국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제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는 제3기갑사단장으로 참전해 승리를 거듭했다. 특히 북아프리카 전투에서 독일군의 롬멜 부대와 맞서 공훈을 세우고 중장으로 승진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조지 패튼 장군이 가장 아꼈던 부하로 평가받았으며 '패튼 장군의 불독'이란 별명을 얻었다.
6.25가 발발하자 초대 주한 미8군 사령관으로 부임해 낙동강 전선을 사수하는데 큰 공헌을 했으며 맥아더 장군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6.25 전쟁의 영웅이다. 낙동강 전선을 지키며 "버티느냐 죽느냐"(Stand or Die)라며 방어선 사수 명령을 내린 것은 유명한 일화다. 그는 동료와 부하들에게 "내가 여기서 죽더라도 끝까지 한국을 지키겠다. 철수든 전선 조정이든 어떤 것이든 뒤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포항 영천 대구 창녕 마산 통영을 연결하는 이른바 '워커라인'의 방어작전은 국군과 연합군 간 최초의 연합작전이었으며 한·미 군사동맹의 바탕이 됐다. 하지만 그는 6·25에 참전했던 아들 샘 워커(예비역 대장) 대위의 은성 무공훈장 수훈을 축하하기 위해 50년 12월 23일 행사장으로 가던 중 서울 도봉구 도봉동 인근에서 차량이 전복돼 숨졌다. 당시 미국 지도자들은 "워커 장군이 살아있었다면 전쟁의 양상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워커힐의 명명과 유래
'워커힐'(Walkerhill)은 맥아더 장군과 함께 6.25 전쟁 때 참전했다 전사한 미8군 사령관 워커 장군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것으로 '워커 장군의 언덕'이라는 의미다. 호텔의 성격이 외래관광객 및 주한 유엔군 휴가장병 유치시설로 규정된 만큼 그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외국어로 이름을 짓는다는 원칙을 정하고 각계에 의견을 물었다. 여러 가지의 안 가운데 최종적으로 워커힐이라는 이름으로 결정됐다. 신축 호텔을 그의 이름을 따서 '워커의 언덕'이라 부르기로 한 것은 그에 대한 추모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또 한편으로는 신축 호텔이 주로 미군이 주축이 된 유엔군들을 위한 시설로 공개될 예정에 따라 그들이 존경하는 인물의 이름을 붙임으로써 얻게 될 친근감도 고려한 명명이었다.
산자락에 불과했던 이곳이 휴양시설로 바뀐 것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초기 일본 등에서 휴가를 보내는 주한미군 장병들을 유치, 외화를 벌기 위해서였다. 당시 정부는 휴양시설 신축 부지로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은 이곳을 선정했다. 설계에는 김수근 등 당시 국내 건축설계 권위자 6명이 참여했다. 우여곡절 끝에 63년 4월 20만평의 방대한 부지에 호텔 민속관 빌라 등 26개의 각종 위락시설을 갖춘 워커힐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의 이용실적이 예상 밖으로 저조, 적자운영에 시달리다 73년 선경(현SK)에 인수됐다.
워커힐이 위치한 아차산은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서로 빼앗고 빼앗기를 거듭한 중요 요충지 중 하나다. 고구려 온달 장군이 신라에 빼앗긴 땅을 찾기 위해 싸우다 전사했다는 비장한 사연이 스며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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