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김영란법 제대로 고쳐 시행하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1102102351607001[1].jpg "[시론] 김영란법 제대로 고쳐 시행하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의 시행이 다가오면서 개정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경제가 침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김영란법이 공직자가 아닌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김영란법을 개정하려는 것보다는 일단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돌이켜보면 김영란법 제정은 스폰서검사 등의 문제에 대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아니 분노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결국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범위를 넘는' 금품의 수수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2012년 김영란 권익위원장의 주도로 이 법의 초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민들은 이 법이 우리 사회의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는데 큰 역할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반면에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공직사회에서는 그 시행에 대해 소극적인 측면이 적지 않았기에 법제정이 지지부진했었다. 그런데 2014년 세월호 사건으로 관피아 문제가 불거지면서 김영란법이 탄력을 받아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고, 이제 시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김영란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김영란법을 찬성하는 국민들이 훨씬 많다. 그만큼 부정부패의 심각성이 크고, 김영란법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다.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에 서민들은 기대를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은 국민으로 나오는 것이며, 다수의 국민이 요구하는 법이라면 더 이상 늦추지 말고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시행을 늦추지 않는 범위 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재검토하는 것은 필요하다.
먼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경제위축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부패를 조장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물론 김영란법의 대상이 되는 식사나 선물 등이 모두 부정부패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선물 등의 액수를 제한함으로써 경제가 위축되는 효과보다는 부정부패의 척결이라는 요청이 더 중요한 것이다. 더욱이 액수의 제한은 고급식당, 비싼 선물을 위축시키는 대신에 대중식당, 부담없는 선물을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극단적인 경제위축을 주장하는 것도 설득력이 약하다.
명절에 또는 특정품목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다거나 제한기준을 올리는 것도 옳지 않다. 김영란법의 취지는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도한 제한의 경우 부작용이 클 것을 우려해서 일정 액수 이내의 금품수수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인데, 그 예외가 너무 커지게 되면 이 법이 있으나 마나하게 된다. 더욱이 명절이나 특정 품목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그 기준 및 형평성과 관련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반면에 적용범위를 공직자 외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으로 확장한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김영란법 원안에서 공직자로 정했던 것이 이처럼 확장된 배경도 명확하지 않거니와, 의사, 변호사, 시민단체 등 공공성을 띤 민간영역 중에서 왜 교직원과 언론인만 대상이 되는지도 확실치 않다. 예컨대 최근 전관예우 문제가 심각한데 전관변호사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옳은가.
법개정을 통해 적용대상을 축소할 경우 (확대와는 달리) 시행을 늦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이와는 달리 원안에 있었던 이해충돌방지규정을 다시 살려내는 법개정은 곧바로 시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에서 서두를 일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사립학교 교직원이나 언론인 문제를 비롯한 어떤 이유로도 더 이상 김영란법의 시행을 늦추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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