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인 출신… 파이낸싱 능해
포승 산단, 대표적 성공 프로젝트
"지자체 주먹구구식 개발경쟁 위험"
수요예측·입지조건 등 잘 살펴야
포승 산단, 대표적 성공 프로젝트
"지자체 주먹구구식 개발경쟁 위험"
수요예측·입지조건 등 잘 살펴야
■ 인터뷰 -'산업단지 개발 베테랑' 강명구 전 신동아건설 부회장
"산업단지를 개발하려면 행정, 파이낸싱, 건설 등 각 분야마다 수십 수백 가지를 점검하고 해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합니다. 지자체와 금융사, 건설사가 혼연일체가 돼 포기하지 않고 추진해야만 비로소 산업의 둥지가 마련되는 겁니다. 비전을 제시하며 설득하고 장기적으로 뒷마무리까지 매듭지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금융 건설인'으로서 모범적 산업단지 개발 기록을 남기고 현직을 떠난 강명구 전 신동아건설 부회장(사진)은 지자체들의 주먹구구식 산업단지 개발 경쟁을 경고했다. 강 전 부회장은 2009년 1월 신동아 건설 부회장으로 영입돼 지난달까지 7년 5개월을 건설사 전문경영인으로 일했다. 그 이전에는 농협 자금운용 담당 부행장으로 농협의 자금 흐름을 책임졌던 금융인이었다. 그가 신동아건설에 합류하게 된 것은 건설과 금융 접목을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고자 했던 신동아건설 김용선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는 '금융 건설인'으로 8년을 보낸 셈이다.
"산업단지 프로젝트는 아파트나 빌딩, 도로를 내는 것과 달리 각종 규제로부터 결정적 영향을 받고 인허가 사항이 매우 많습니다. 게다가 금융 파이낸싱이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뒷받침돼야 합니다. 전문화와 특화를 통한 차별화도 필요하죠."
지자체와 민간이 개발하는 일반산업단지와 농공단지의 미분양이 심각한 상황에서 강 전 부회장은 곱씹어봐야 할 조언을 털어놓는다. 현재 전국적으로 조성 완료된 일반산단과 농공단지 가운데 분양률이 절반에 못 미치는 곳이 100개 가까이 된다. 경기 침체와 정체된 기업투자가 주요인이지만, 지자체의 과욕과 수요예측의 실패, 미흡한 입지조건, 어설픈 프로젝트관리(PM) 등도 한몫하고 있다.
강 전 부회장은 산업단지 개발의 베테랑이었다. 민간에서 그만큼 산단 개발 PM 업무에 정통한 전문인은 찾기 힘들다. 금융인으로서 축적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파이낸싱에 능했고 각 지방에 촘촘히 조직돼있는 농협 조직을 십분 활용했다. 그는 충북 괴산의 대제산업단지, 경북 칠곡산업단지, 춘천 광판산업단지, 경기 포승산업단지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가 개발한 산단 총면적은 200만 평이 넘는다. 그 가운데서도 포승 일반산업단지와 칠곡산업단지는 지역 경제를 견인한 요충 산단으로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칠곡단지는 지원시설까지 100% 분양됐고 이웃한 구미산단과 연계한 2차 개발을 촉진하는 효과를 냈다. 괴산 대제산업단지는 산업시설이 부족한 내륙 깊숙한 곳에 산업의 씨앗을 뿌렸다.
강 전 부회장은 "건설사에서 손이 많이 가는 산업단지 개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30여 년간 '현장에 답이 있다'는 농협의 직장 문화가 몸에 배어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며 "농협에서의 경험이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강 전 부회장은 농협의 전·현직을 통틀어 특이한 연구 대상으로 지목되곤 한다. 보통 부행장을 지내면 자회사 대표로 가거나 거래 기업의 임원 등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는 자회사 대표로 가지도 않았고 농협이 주거래 은행도 아닌 건설사로 영입됐다.
강 전 부회장은 회장의 만류를 물리치고 부회장 직에서 물러났지만, 산단 개발사업을 잇고 싶었다. 그래서 재무통이자 현장에 역시 능한 농협 후배 부행장(현 이종훈 부회장)을 추천해 아름다운 바통터치를 했다. 여기엔 신동아건설이 사회기여 활동으로 적극 펼쳐왔던 농촌돕기 1사1촌 운동의 맥을 잇고자 하는 원려도 담겨있다.
강 전 부회장은 "신동아건설과 후배가 잘 팔리는 아파트만 짓지 말고 우리 산업의 심장인 산업단지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는 데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하우 전수와 조언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규화 선임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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