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추경, `구조적 위기` 극복에 맞춰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7/2016072702102351607002[1].jpg "[시론] 추경, `구조적 위기` 극복에 맞춰야")
세계경제사에서 압축경제성장의 모범사례로 여겨져 오던 한국경제는 2011년부터 세계경제의 평균성장률보다도 낮은 저성장을 보여 오다가, 2015년에는 경제성장률이 2.6%로 추락한 후, 2016년 들어 전반기의 설비투자증가율이 -3.6%로 급락하는 등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의 조짐이 산업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경기침체에 대응해, 정부는 최근 11조원에 달하는 추가경정 예산과 공기업 투자 및 정책금융확대를 포함해 총 28조원을 상회하는 경기확장을 위한 재정보강패키지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외환위기와 세계금융위기 때보다는 더 심각한 체감경기의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해 정부가 발을 벗고 나선 것은 뒤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국경제 침체의 원인이 과거 외환위기나 세계금융위기와 같이 외부적 충격에 의한 경기순환적 불경기인지, 혹은 우리 주력산업의 기술경쟁력 상실에 따른 구조적 위기인지에 따라, 그 대응전략과 추경예산의 집행전략이 달라질 것이다. 모두가 우려하는 것처럼, 작금의 추경예산정책이 또 다른 얄팍한 일회성 이벤트정책일지, 혹은 구조적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한국경제침체의 가장 주요한 특징은 대외경제여건의 변화와 같은 외부적 충격에 의한 시장교란이라기보다는, 우리 주력산업, 특히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경쟁력상실의 결과, 미국, EU 등 선진국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그 시장지배력을 급속히 상실하는 가운데, 심지어 시장에서 퇴출되는 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상적인 추이를 보면,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브렉시트 사태에 따른 EU 등 선진권 시장에서의 추가적인 수요 감축과 같은 외부적인 충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적 충격 가운데, 미국, 중국 등 주요시장에서의 시장지배력을 잃어가는 추이와 그 결과로 나타나는 해외시장점유율 감소와 수출감소 추이는 중국 등 경쟁국에 비교할 때, 훨씬 빠르고 심각하다. 즉 2015년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비 8% 감소하였고, 2016년 들어 수출은 더욱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2015년 세계전체의 수출증가율이 2.6%이었고 2016년 들어서는 3.4% 증가가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한국경제가 여타 경쟁국에 비해 얼마나 빠르게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 한국 주력산업의 급속한 시장지배력 상실은 외생적 요인에 의한 경기순환적 불경기라기보다는 우리산업의 기술경쟁력상실에 의한 결과임은 최근 한국 첨단제조업의 부가가치가 4.7% 감소했고, 첨단제조업의 수출경쟁력지수(RCA지수)가 대만은 물론 중국보다도 더 낮다는 한 분석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와 같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한국경제의 위기는, 주력산업의 기술경쟁력 상실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위한 결과임이 분명한 만큼, 이러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도 당연히 이러한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한편 최근 발표된 정부의 추경예산안을 보면, 현재 정부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추경예산정책을 단기적 모르핀 요법으로 한 번 더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위기의 원인은 주력산업의 기술경쟁력 상실과 경직된 노동시장에 의한 기업경쟁력 상실이라는 구조적 요인이다. 따라서 이번 추경예산을 포함한 재정보강패키지는 이런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우리 경제의 기술경쟁력 회복을 위한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R&D지원과 조선산업을 포함한 부실산업의 구조조정과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동시장의 유연화의 선결조건인 작동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정부계획에 의하면, 11조원의 추경예산 중 부유층 자제의 무상보육을 포함하는 포퓰리즘 정책 등에 3조 7000억원, 관공선, 해경함정 등 공공부문에서의 억지수요를 만들거나 선심성 시설정비 등 지역경제활성화 사업의 이름으로 3조원 가까운 예산을 배정하는 등, 대부분 우리경제의 경쟁력 회복과는 무관한 일회성 선심성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에도 11조 6000억원의 추경예산을 집행하고도 한국 경제가 더욱 심각한 불황국면에 접어든 것과 같이, 정부가 계속 한국경제의 경쟁력 회복과 무관한 일회성 이벤트정책과 전시행정에 집착할 경우, 일본형 장기불황은 물론, 중남미형 경제위기 가능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추경예산을 포함한 정부의 경기확장정책은 주력산업의 기술경쟁력 회복과 모든 산업에서의 실업자들의 재취업지원 및 재취업 시까지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구조적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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