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 재규어 첫 SUV… 스포츠카 날렵함·오프로더 감성 부릉~
외관 디자인
세단 XE·XF 그대로…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10.2인치 터치스크린 눈길
코너링 땐 부드러움 최강
외관 디자인
세단 XE·XF 그대로…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10.2인치 터치스크린 눈길
코너링 땐 부드러움 최강
[디지털타임스 노재웅 기자]올 들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성장이 매섭다. 특히 랜드로버 브랜드는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에 힘입어 연 1만대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이다. 이는 비단 국내에만 한정한 얘기는 아니다. 그동안 세단과 스포츠카만을 고집해오던 재규어가 81년 만에 처음으로 'F-페이스(PACE)'라는 SUV 모델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까닭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SUV 열풍 속에서 재규어는 F-페이스를 꺼내 들면서도 정체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재규어 수석디자이너인 이안 칼럼이 F-페이스를 두고 가장 실용적인 'SUV'가 아닌 '스포츠카'라고 말한 것 역시 '우리는 남들과 똑같은 SUV를 만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전면 외관 디자인은 세단 XE와 XF를 그대로 부피만 키운 것처럼 재규어 모델임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새로운 차지만 낯설지 않고 익숙하다. 그러면서 단순히 지붕만 높여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을 연출하진 않았다. SUV보단 스포츠 쿠페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길쭉한 보닛과 곧 앞으로 튀어 나갈 화살처럼 후진 배치한 캐빈, 이를 표현하는 C필러 등 '롱 노우즈 숏 데크' 스타일의 비율로 구현했다. 후면부는 스포츠카 F-타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LED 램프와 수평 구조 디자인으로 역동적인 분위기를 살렸다.
내부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는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10.2인치 터치스크린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조정하는 것과 거의 흡사한 터치감은 그동안 경험해본 차량 터치스크린 중 자신 있게 최고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수입차 업계 최초로 통신 바탕의 실시간 업데이트 및 길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T맵을 탑재했다. S 및 퍼스트 에디션 모델에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서라운드 카메라를, 밴드 형태의 '액티비티 키'는 전 모델에 옵션으로 제공한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동급 최고 수준인 기본 508ℓ, 최대 1598ℓ로 '가장 실용적인 스포츠카'라는 표어에서 '실용적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를 나타내고 있다.
시승은 2.0ℓ 디젤과 3.0ℓ 디젤 두 가지를 번갈아 했다. 시승구간은 인제스피디움 트랙에서부터 한계령 일대의 곡선 구간, 한석산 정상을 오르는 오프로드 구간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진행했다. 스포츠카와 SUV의 장점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뤘는지 살펴보는 것이 시승 관점 요인이었다. 2.0d는 제원상 최고출력 180마력에 최대토크 43.9㎏·m의 힘을 내고 3.0d는 최고 300마력, 최대 71㎏·m의 성능을 갖췄다. 모두 자동 8단 변속기를 탑재했고, 구동방식은 상시사륜구동(AWD)을 채택했다.
트랙 위에서나 포장도로 구간에서나 두 모델 모두 직선 구간보다는 곡선에서 장점을 발휘했다. 액셀러레이터를 깊숙이 밟아 힘껏 가속해도 속도는 충분히 올라가지만, 저속에서 단번에 탁 치고 나가는 맛은 떨어졌다. 하지만 코너링에서는 내가 타고 있는 차가 SUV라는 점을 잊을 정도로 날렵하고 유연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F-타입에서 이어받은 더블 위시본 전륜 서스펜션과 정교한 인테그럴 링크 후륜 서스펜션이 높은 비틀림 강성을 바탕으로 차체를 꽉 잡아줬다. 이와 함께 기본으로 탑재한 토크 벡터링 시스템과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EPAS)이 곡선 구간에서 원심력을 감소시켜주면서 높은 속도에서도 안정적인 핸들링을 돕는다. 큰 접지력을 요구할 때 단 0.165초 만에 앞바퀴로 구동력이 향하는 AWD 시스템도 큰 몫을 한다. 한석산 정상을 오르는 오프로드 구간에서는 사나운 맹수로 변신해 푹 파인 흙길과 커다란 자갈 등을 가볍게 지나갔고, 차체가 계속해서 휘청거리는 환경 속에서 2시간 가까이 운전을 했음에도 허리와 등에 작은 통증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이 상당했다.
재규어 F-페이스는 스포츠카와 SUV의 매력을 하나에 담았다는 점과 조화 면에서 만점짜리 차이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재규어가 말하는 F-페이스의 실용성이 과연 재규어 브랜드와 어울릴 수 있는 점인 지가 첫 번째이고, SUV라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스포츠카 감성이 어쨌든 기존보단 떨어졌다는 점이 두 번째다. 한지붕 가족인 랜드로버의 존재도 눈에 밟힌다. 판매가격은 7260만~1억640만원이다.
노재웅기자 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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