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 스마트폰 · 섬유에도… "안쓰는 데 없네"
셀룰로이드 당구공 시초 전자제품까지 사용
상식 깬 '전도성 플라스틱' 전자파 차단 유용
환경보호 광분해·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진화'
셀룰로이드 당구공 시초 전자제품까지 사용
상식 깬 '전도성 플라스틱' 전자파 차단 유용
환경보호 광분해·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진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 그럼,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을까요? 화학업계 관계자들은 과감히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고 답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버스를 탈 때, 밥을 먹을 때 우리는 동전이나 지폐보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드를 더 많이 씁니다.
플라스틱은 가볍고 단단해서 일상생활에서 빠짐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플라스틱의 용도는 가정용품이 전체의 40% 정도로 가장 많이 쓰이고, 다음으로 포장용 30%, 전기·전자제품, 건축재료, 자동차 등의 순서입니다. 언뜻 보면 쇳덩어리로만 보이는 자동차에도 10% 이상이 플라스틱입니다.
화학업계는 금속을 대체하는 플라스틱의 발전 속도와 연비 개선을 위한 자동차 경량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이 비율이 2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가 거의 매일 사용하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경우 40% 이상이 플라스틱입니다.
플라스틱은 가열과 가압 등에 의해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재료나 이 재료를 사용한 수지제품을 뜻하는 것으로, 최초의 플라스틱은 1868년 미국 하이엇 형제가 상아를 대체해 셀룰로이드로 만든 당구공입니다.
화학업계에서는 "신은 인간에게 석유라는 '검은 황금'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석유를 또 다른 황금인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에 '소리'를 담는다=세계 최초로 소리를 녹음할 수 있는 기계인 '축음기'를 발명한 사람은 에디슨입니다. 당시 에디슨이 개발한 축음기는 구리에 주석박을 입힌 형태의 원통에 홈을 파서 소리를 녹음하고 바늘과 진동판을 써서 원통으로부터 소리를 재생하는 원리였다고 합니다.
이후 우리가 흔히 레코드판이라 부르는 원반을 이용해 소리를 녹음, 재생하는 기술로 발전했습니다.
원반은 초기에 경질 고무 형태인 천연수지를 사용했지만, 천연수지를 사용한 레코드판은 잡음이 많아 곧 생산이 중단됐습니다.
이후 레코드판은 PVC(폴리염화비닐)를 사용하면서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흔히 LP판이라 불리는 검은 색깔의 원반이 PVC를 사용한 레코드판입니다.
지금은 휴대용 음향기기의 발전과 소형화 등으로 많이 사라졌지만, 음악애호가 사이에서는 여전히 LP판의 인기가 높습니다. LP의 뒤를 이은 CD를 만드는 소재 역시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카보네이트입니다. 휴대전화 케이스, 자동차 헤드램프 등에도 쓰이는 이 소재는 범용 플라스틱 소재 중 가장 단단하고 열에 잘 견디면서 동시에 유리처럼 투명합니다.
◇플라스틱도 전기가 통한다?=이후 기존 상식을 깨는 플라스틱이 속속 나오면서 활용 영역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이 플라스틱은 전기나 열이 잘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 같은 일반적인 상식을 깬 제품이 바로 '전도성 플라스틱'입니다. 2000년에 노벨과학상을 받은 이 전도성 플라스틱은 일반적으로 구리보다 7분의 1 수준으로 가볍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실험실에서는 구리에 버금가는 전기전도성을 지닌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지만, 기술적 한계로 실생활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아직은 한계입니다. 그러나 전기를 통하는 성질만으로도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진 전자파 차단에 이 전도성 플라스틱이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차단하려면 금속 케이스를 사용하면 되는데 금속은 무겁고 가격도 비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전도성 플라스틱은 이런 금속을 대체해서 전자파에 노출될 위험이 큰 노트북 PC, 휴대전화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열을 전달하는 플라스틱도 개발해 알루미늄 등 금속을 활발히 대체하고 있습니다.
◇썩는 플라스틱의 발명=썩는 플라스틱 역시 플라스틱은 환경에 해롭다는 상식을 깨는 신개념의 소재입니다. 실제로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분해되지 않거나 수백 년이 걸려 분해되는 플라스틱은 인류 문명에 큰 업적을 남겼으나 동시에 환경 오염이란 숙제를 던져줬습니다.
이 같은 플라스틱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개발 중인 것이 분해성 플라스틱입니다. 분해성 플라스틱은 빛에 의해 분해되는 광분해성 플라스틱과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2종류가 있습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다시 전분이나 셀룰로스 같은 천연소재를 주성분으로 제조하는 플라스틱과 미생물이 만드는 플라스틱인 바이오플라스틱으로 구분합니다.
최근에 우리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기존 화학물질에 분해되는 성분을 함유한 화학 합성플라스틱이 일반적입니다. 가장 간단한 썩는 플라스틱의 원리는 플라스틱 분자구조 사이 사이에 미생물의 먹이인 전분(녹말)을 넣어주면 미생물이 전분을 먹으면서 플라스틱이 미세하게 쪼개지는 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제품이 가정에서 사용하는 쓰레기봉투입니다.
산업 발달과 함께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각종 오염으로 인한 환경 문제 와 사회적 비용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오해받고 있는 화학이지만, 결국 환경 문제를 풀 수 있는 것도 화학뿐입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자료: LG화학, 한국석유화학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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