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 꼭지 · 물통 등 관리 어려워
내부구조 간단한 정수기 선택해야
내부구조 간단한 정수기 선택해야
![[이덕환의 과학세상] (569) 정수기의 오염](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07021010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569) 정수기의 오염")
깨끗하고 건강에 좋은 물을 마시겠다고 마련한 정수기가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제조사의 정기점검만 받으면 된다는 광고는 믿을 것이 아니었다. 정수기에서 끈적끈적한 이물질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알갱이가 섞여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언론에 공개된 정수기 내부의 상태는 놀라웠다. 깨끗하고 화려한 겉모습은 소비자의 눈을 속이기 위한 허울 좋은 치장이었던 셈이다.
정수기는 물에 녹아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해서 깨끗한 마실 물을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모래·숯·이온교환수지 등의 필터를 사용하는 전통적인 '필터' 방식과 고분자 삼투막을 이용해서 물에 녹아있는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역삼투' 방식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관리를 해주면 오염물질을 제거해주는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 오염물질이 쌓이게 되는 필터를 정기적으로 교환해주고, 속이 빈 얇은 합성섬유 형태로 된 고분자 삼투막이 손상되거나 오염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정수기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제품이다. 물을 사용하는 제품에서는 언제든지 미생물과 화학적 오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을 만드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뜻이다.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필터의 관리도 쉽지 않다. 실제로 제조나 관리 과정에서의 결함이나 실수 등에 의해 필터가 손상되기도 한다. 정수기 물에 섞여 나오는 작은 알갱이(모래·숯·수지)은 대부분 손상된 필터 때문이다.
겉모습이 화려한 정수기의 관리는 훨씬 더 어렵다. 치장을 핑계로 정수기 내부가 가려져 있는 경우가 그렇다. '냉수'와 '온수'를 공급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거나, 정수한 물로 얼음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가진 정수기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구조가 복잡해지고, 상당한 크기의 물통이 필요해서 정수기의 내부를 깨끗하게 관리하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정수기의 물이 흘러나오는 꼭지를 통한 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온도가 낮은 냉수 물통이나 제빙기는 오염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물통 상부에 실내 공기가 드나드는 공간이 있으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차가운 물이 장시간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기 때문이다.뜨거운 물이 들어있는 온수 물통은 자연스럽게 살균이 되기 때문에 냉수 물통보다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뜨거운 온수가 들어있는 물통도 재질에 따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온수 물통의 경우에는 인체에 해로운 가소제 성분이 녹아나올 수도 있고, 오래되면 온수 물통에 구조적 변형이 생길 수도 있다.
정수기 선택에서 겉모습은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외관이 화려할수록 정수기의 내부 구조가 더 복잡해지고, 관리가 더 어렵게 된다. 내부 구조가 간단하고, 소비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정수기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내부의 오염 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냉·온수나 제빙 기능을 갖춘 정수기는 내부 구조가 복잡해서 관리가 어렵고, 오염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절대 없는 법이다.정수기 사용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건물에 물탱크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주방까지 직수 파이프가 연결된 경우에는 굳이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생수를 마셔야 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수돗물의 수질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수기의 물보다 훨씬 좋은 경우도 많다. 생수도 환경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사치품이다. 수돗물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광고에는 소비자의 얄팍한 주머니를 노리는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직수 정수기의 정수 속도가 수질과 반비례 할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이덕환(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탄소문화 원원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