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석 전자정부추진위원장ㆍ고려대 명예교수
![[이슈와 전망] `지능형 전자정부` 속도내자](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12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지능형 전자정부` 속도내자")
유난히도 더웠던 금년 여름,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많은 국민들은 숨을 헐떡이는 고통을 경험했다. 누진제로 '요금폭탄'이 두려워 에어컨을 켜지 못한 국민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고 매스컴은 연일 보도했다. 전기수요자의 '고통'으로 전기의 수급을 조절하려는 생각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20여 년전 IMF 경제위기 시절,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기업이 구조조정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때 공공부문에 등장한 용어가 고통분담이었다. 고통분담차원에서 공무원의 정년을 단축해 인원 감축을 했고, 고통분담차원에서 공무원 봉급의 10%정도를 헌납 받아서 청년실업자 고용에 썼다. 이 과정에서 고통분담은 정책수단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했는데도, 고통의 분담은 정책수립가 사이에 아직도 유산처럼 남아 있는 것 같다.
또 다른 고통분담의 예로 정부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정책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지역균형발전은 바람직한 정책목표다. 그 정책목표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과정에서 수많은 공공기관 근무자가 길거리에서 느끼고 있는 고통이 문제다. 결국 이 정책도 공공기관 근무자의 고통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는 것 같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게 한다.
오래전에 있었던 한 일화가 고통분담을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 같아서 소개하려 한다. 1970년대 말, 정부는 초등생과 중학생의 입시과외 열풍을 막기 위해 서울을 다섯 개의 광역 학군으로 나누고 특정 학군에 거주하는 학생을 난수를 써서 그 학군 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무작위로 배정했다. 그 결과 바로 집 옆에 학교를 두고 먼 거리를 버스로 통학하는 학생이 많았다. 지하철도 없었던 시절이어서 러시아워 버스 교통에서 학생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었고 통학 시간대에 서울에서 버스 타는 것은 정말 큰 고통이었다. 만원버스에서 떨어져 죽는 학생들까지 생겼다.
서울시 요청으로 KIST 전산시스템개발실 연구팀은 컴퓨터를 이용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는 방안을 연구해 제시했다. 서울시 교육당국은 KIST 안에 반대였다.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면 다시 학교 사이에 우열이 생기고 그러면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한 학교평준화가 무너진다는 논리였다.
청와대 수석이 참석해, 대안을 결정하는 마지막 회의에서 당시 서울시 교통국장이 발언을 했다. "학교 평준화는 교사 자질의 평준화, 학교 환경의 평준화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학생의 고통'으로 학교 평준화를 달성하려는 것이 교육자가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하십니까?"
이 발언으로 장내가 숙연해졌다. 그리고 학생을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컴퓨터로 배정하는 새로운 학교배정 방법이 채택됐다. 컴퓨터를 활용한 새로운 정책으로 학생들의 통학고통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이같이 정책집행 과정에서 생기는 국민의 고통을 ICT로 해소해 주는 정부가 지능형 전자정부이다. 차세대 전자정부는 국민의 고통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지능형 전자정부가 돼야 한다.
현 정부의 '정부3.0'과 전자정부는 정책 목표를 국민의 고통을 줄이고 국민을 편안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하는 데 두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전자정부 능력을 활용하면 이들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고통의 분담을 정책 수단으로 생각하는 낡은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국민이 고통 없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지능형 전자정부를 구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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