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디지털산책] `창업 사교육`이라도 좋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10/20161021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창업 사교육`이라도 좋다")
취업준비생의 절반 이상이 공무원 시험 공부를 하는 공시족으로 청년 공시족만 3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올해 9급 공무원 시험에는 4천여명 선발에 22만명 이상이 응시하여 경쟁률이 50대 1을 넘어섰다고 한다. 취업할 곳도 많지 않고 취업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불안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 일자리인 공무원에 몰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다행이지만 합격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곳에 취업할 수 있을까?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시험에 불합격한 사람을 채용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하여 쌓은 스펙도 취업에 실패하여 1-2년만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또 필수스펙으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영어공부는 앞으로 고성능의 통역이나 번역앱이 나오면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할 수 있다. 어느 미래예측에서는 2030년경에는 현재 있는 직업의 60%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생긴다는데 지금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걸로 나중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도대체 뭘 공부해야 변화예측조차 하기 어려운 이 어려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주는 사람, 살면서 수없이 맞닥뜨리는 불편을 해결해주는 사람, 남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만드는 사람, 이런 사람이 되면 어떤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창업가라 부른다. 미래에는 이렇게 창업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100세 시대에는 창업이 특히 중요해진다. 60세 정년을 채워도 2, 30년은 더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을 살려 준비한 창업이라면 자신과 남에게 일자리나 일거리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창업은 취업하는 구직자에게도 채용하는 기업에게도 도움이 된다. 언젠가 창업을 하겠다는 꿈을 갖고 훈련의 장으로 중소기업에 들어온 사람이라면 설령 보수가 낮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고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에는 준비된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다른 대안이 없어 들어온 소극적인 사람보다 창업의 꿈을 갖고 일하는 적극적인 사람이 생산성도 높고 직장 분위기도 더 좋게 만들지 않겠는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융합인재도 창업을 꿈꾸는 인재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창업을 하려면 한 분야만이 아닌 여러 분야의 융합능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필요성과 유용성이 높은 창업이지만 문제는 창업이 실패하는 사람도 많고 쉽지 않다는 거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취업은 쉬운 일이던가? 취업하기 위해 청춘을 모두 쏟아부어도 실패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취업준비의 절반도 하지 않은 창업을 하고 실패했다고 하면 그건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그래서 말한다. 창업은 초등학교 때부터 끊임없이 생각하고 훈련해야 하는 거라고. 창업은 어학과 비슷해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훈련하면 대학교 졸업할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삶의 일부가 되고 그렇게 준비해서 이루어진 창업은 실패확률을 크게 줄일 것이다. 창업은 나에게 일자리를 주는 취업을 넘어 다른 사람의 일자리까지도 만들어주는 보람찬 일이다.
이처럼 중요한 창업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고 훈련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학교교육만으로 부족하다면 사교육도 좋을 것이다. 일자리가 없는 취업을 하기 위해 노후대책비까지 쏟아붓는 어리석은 사교육이 아니라 미래의 자신과 이웃의 일자리를 만드는 창업훈련에 투자하는 사교육이라면 아무리 비용이 많이 들어도 나쁘지 않다. 창업사교육이 판치는 나라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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