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일시점 최대인원' 페르미 추정법
주최측 추산 232만명의 18.8% '큰 차'
주최측 추산 232만명의 18.8% '큰 차'
![[이덕환의 과학세상] (580) 촛불집회 규모 계산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612/2016120702101076650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580) 촛불집회 규모 계산법")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지난 주말 광화문 일대의 평화적 촛불집회에 참가한 국민이 헌정 이후 최대 규모인 170만 명이었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232만 명이 분노의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그런데 경찰이 밝힌 촛불집회의 규모는 18.8%에 불과한 32만 명이었다. 평화적 집회를 원하는 국민의 뜻까지 과감하게 수용해준 경찰이 의도적으로 집회 규모를 축소했다는 괜한 의심을 받을 이유는 없다.
촛불집회의 참가자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집회 장소와 사람들이 드나드는 출입구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의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어설픈 여론조사만으로는 국민의 뜻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한다고 밝힌다. 엔리코 페르미는 원자력의 시대를 개척하고, 193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출신의 천재 물리학자였다. 그렇다고 페르미 추정법이 대단한 비밀이나 정교한 원리가 숨겨져 있는 고도의 과학적 연구방법은 아니다. 복잡한 문제의 답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사용하는 간단한 추정 방법일 뿐이다. 천재 물리학자 페르미가 평소 편지봉투 뒷면에 몇 개의 숫자를 적는 것만으로 복잡한 문제의 답을 추정하는 천재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경찰이 페르미 추정법으로 알아내는 것은 '일시점 최대 인원'이다.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중간의 어느 시각에 단위 면적에 머무르고 있는 평균 인원을 파악한다. 그 숫자에 집회 현장의 면적을 곱한 것이 바로 일시점 최대 인원이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던 구역의 면적은 대략 17만 ㎡였다. 결국 경찰은 사람들이 가장 많았던 시각에 3.3㎡의 면적에 평균 6.2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했던 셈이다.
경찰이 그런 방법을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다. 2002년의 월드컵 응원이나 2014년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사의 경우에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당시 경찰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월드컵 응원에 47만 명이 참가했고, 교황의 미사에 90만 명이 참가했다. 당시에는 경찰의 추정을 문제 삼은 언론이 없었다.
어느 방송사의 현장 실험에 따르면 3.3㎡의 면적에는 최대 20명까지 들어설 수 있다. 광화문 광장의 집회에는 밀집도에 따라 최대 100만 명이 동시에 참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은 방송사가 물리학자와 함께 컴퓨터로 실제 촛불의 수를 세어보았더니 순간 최대 인파의 규모가 43만 명 수준이었다는 결과도 있었다. 페르미 추정법에 내재된 어쩔 수 없는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경찰이 촛불집회의 규모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다고 경찰 발표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 응원이나 교황의 미사의 경우에는 집회 시간 동안 참가자들이 변동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촛불집회의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집회의 시작과 종료 시간도 분명하지 않고, 집회 장소가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집회가 시작된 후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참가자들이 합류했고, 집회가 끝나기 전에 귀가해버린 참가자도 많았다.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순간의 규모만으로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경찰이 사용하는 페르미 추정법을 과학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광화문에 합류하는 시민들이 사용하는 지하철·버스·택시·승용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서 분석하는 노력을 추가해야 한다. 실제로 지하철을 이용했던 참가자만 해도 90만 명을 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페르미 추정법을 보완하는 새로운 방법도 찾아야 한다. 제도적으로 이동통신사의 협조를 얻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빅데이터의 시대에는 모든 정보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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