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탁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
![[DT광장] 신분증스캐너, 대포폰 근절 첫걸음](http://contents.dt.co.kr/images/201701/2017011902102351042001[1].jpg "[DT광장] 신분증스캐너, 대포폰 근절 첫걸음")
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인물 간 연결고리로 대포폰이 활용됐다고 한다. 한 사람이 최대 6대의 대포폰을 사용하며 나라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19만원이면 반나절 만에 대포폰이 개설되고 명의자의 개인정보도 같이 제공된다고 한다. 이렇듯 대포폰은 국정농단 사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깊숙이 침투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대포폰 사용자 처벌을 강화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간 대포폰에 관한 처벌은 '개통'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처벌이 됐지만, 개정안은 개통 당사자와 대포폰을 '취득'한 사람까지 처벌대상으로 확대한다. 물론 구체적인 요건과 대포폰에 대한 정의, 처벌기준 등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지만, 대포폰 근절을 위한 시스템 구축의 첫걸음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이통3사는 전 유통망에 신분증스캐너를 도입해 가입자 유치 시 가입자의 신분증을 신분증스캐너에 읽혀야만 개통 절차가 진행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로 인해 일선 유통망에서는 가입자의 신분증을 복사해 별도로 보관한다거나, 이를 사설 개인정보업체에 넘기는 행위들은 없어질 것으로 보여 가입자들이 받아야 할 스팸문자와 같이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신분증스캐너 전면시행 즈음해 때마침 대포폰 사용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도입을 결정했던 신분증스캐너의 활용이 한층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앞서 언급했던 대포폰 근절의 법적근거 마련에 앞서 제도적인 장치로 신분증스캐너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는 타인의 신분증 사본을 통해 대포폰을 개통했지만, 신분증스캐너 도입 이후에는 본인의 실제 신분증이 없으면 이동전화 개설이 불가능하다.
일부 판매점에서는 신분증스캐너 도입을 두고 이통사의 과도한 판매점 단속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제도시행 이전 이통사는 충분히 유통망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의견을 나눴어야 한다. 가입자들은 단말기 구매 시 이통사와 접촉을 하지 않고 대부분 판매점이나 대리점, 온라인샵을 거쳐 이통사의 상품을 구매하는 만큼, 이통사의 판매절차 변경은 유통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형 판매점을 여럿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도 있지만, 대부분의 판매점은 영세사업자들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한 건의 판매가 소중할 것인데, 절차가 번거로워져 손님을 놓칠까 우려되고, 개별적으로 신분증스캐너를 구매해야 하니 금전적인 부담도 느껴질 것이다.
이에 도입주체인 이통3사는 최대한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시스템을 자동으로 구축하고, 재원을 출연, 신분증스캐너를 직접 구입해 판매점에 보급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소비자 피해에 대한 원성을 고스란히 떠안아 왔었기에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새다. 특정 유통망이나 해커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던 사례들을 보면 개인정보를 유출한 이에 대한 처벌보다는 이통사의 관리소홀이나 피해보상 정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컸었기에, 이통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의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아직은 보완해야할, 그리고 풀어야할 과제들은 많다. 제도운영 초기지만 이통사와 유통망, 그리고 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충분히 소통하고, 운영취지를 살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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