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C위원장에 '망 중립성의 적' 아짓 파이 임명… 통신사에 유리한 정책 가능성↑
데이터 걱정없이 동영상 즐기는 '제로 레이팅' 늘 듯
데이터 과다사용 방지 고화질 동영상 제한
'비디오 스로틀링' 기능 도입도 대세 될 듯
T모바일·스프린트 이어 AT&T 출시 예고
데이터 걱정없이 동영상 즐기는 '제로 레이팅' 늘 듯
데이터 과다사용 방지 고화질 동영상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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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트럼프발 망중립성 논쟁 재점화](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0202101831104001[1].jpg "[알아봅시다] 트럼프발 망중립성 논쟁 재점화")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 후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습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헙정(NAFTA) 재협상, 일부 무슬림 국가의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하는 반(反)이민 행정명령까지. 트럼프가 쏟아내는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전 세계가 혼란스러운 모습입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도 트럼프 발 혼돈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국내 ICT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은 2015년 기준 우리나라 ICT 수출의 10%를 차지하는 나라입니다. 또 미국인 우선 고용 정책으로 국내 ICT 기업과 우수 인력의 미국 진출은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급격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은 '망 중립성' 관련 정책들입니다. 트럼프의 취임으로 미국의 망 중립성 정책은 180도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망 중립성은 어떤 것이고,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망 중립성은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사업자(ISP, 통신사)가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데이터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지요. 통신사들은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사업자가 통신망에 '무임승차'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콘텐츠 전달 비용 증가를 우려하는 인터넷 기업들은 공정경쟁 환경 보장 등을 내세우며 이에 맞서고 있습니다.
망 중립성은 전임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인 톰 휠러가 제안한 정책입니다. 오바마 정부는 망 중립성을 적극 지지해왔죠. 구글,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주요 인터넷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트럼프와 공화당은 망 중립성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통신사에 유리한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상대로 트럼프는 지난달 말 미국의 ICT 정책을 총괄하는 FCC 위원장으로 '망 중립성의 적(foe)'이라고 불리는 아짓 파이를 지명했습니다. 2012년부터 공화당의 추천으로 FCC 위원으로 활동해온 아짓 파이는 망중립성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인물입니다.
벌써부터 미국 ICT 업계에서는 망 중립성 정책 변화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끄럽습니다. 스파이웍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ICT 종사자 중 80%가 망 중립성 규제를 지지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망 중립성 규제 폐지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대로 미국 통신업계는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기고 있지요.
망 중립성 정책 변화로 통신사와 손잡은 특정 콘텐츠를 이용할 때 소비자에 요금을 물리지 않는 '제로 레이팅' (Zero Rating)서비스 출시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미국 이통사 AT&T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디렉TV 나우'를 제공하며 제로 레이팅 서비스를 도입한 상태입니다. 자회사 디렉TV에 일정액을 받는 대신, 이용자는 데이터 이용료 걱정 없이 동영상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서비스입니다만,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고려하면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비디오 스로틀링(Throttling) 기능 도입도 대세가 될 전망입니다. 비디오 스로틀링은 데이터의 과도한 사용을 막기 위해 일부 비디오 품질을 낮추는 것을 뜻합니다. 미국 이동통신사 T모바일과 스프린트는 이미 이 기능을 도입한 상황이며, AT&T 역시 기본 동영상 재생화질을 480p로 제한하는 데이터 절감 서비스 '스트림 세이버(Stream Saver)'를 올해 출시한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카카오톡의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출시를 계기로 망 중립성 홍역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이통사와 카카오 사이의 일대 결전이었죠. 또 같은 해 KT의 삼성 스마트TV 접속 제한 사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에 구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망 중립성 및 망 관리 가이드라인', 2013년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기준'을 만들었고, 현재도 시행 중입니다.
다만 논란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망 중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계류돼있고, 최근 방통위는 망 중립성 대상에 이통사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고시 개정을 추진하는 상황입니다.
미국의 망 중립성 정책이 변화한다고 해서 당장 우리나라 정책도 변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의 ICT 규제 정책은 세계 각국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습니다.
정윤희기자 yu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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