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포럼] `다빈치 로봇`, 병원에만 있는 이유](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1602102251036001[1].jpg "[포럼] `다빈치 로봇`, 병원에만 있는 이유")
다빈치 로봇은 원래 전쟁터에서 부상한 병사들을 원격으로 수술하고자 하는 미 국방성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수술 로봇은 전쟁터에 있고 집도하는 의사가 후방의 병원에서 원격으로 수신된 화면을 보면서 수술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현재 전 세계 3000대 이상의 다빈치 로봇 중 전쟁터에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도 50여 대가 있는데 대부분 대학병원 수술실에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네트워크 인프라가 실시간성을 보장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내시경화면이나 의사의 수술 동작 전달시 종단간 지연 시간이 200밀리초(㎳) 이하가 돼야 하는 데 현재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이를 보장하지 못한다. 미국 플로리다병원 니콜슨센터가 최근 미 국방부 지원 아래 실제 광대역 네트워크에서 107명의 의사가 모의 원격 수술을 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는데 지연 시간이 대부분 300∼500㎳여서 잠재적 위험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물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있는데 그중에는 다빈치 로봇처럼 매우 엄격한 실시간성 보장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실시간성 보장을 해줄 수 없다. 그동안 네트워크에 실시간성을 보장하는 연구, 개발은 많이 있어 왔는데 구현이 안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실시간성 보장의 대가를 지불하려는 용의가 부족하고 두 번째는 실시간성 보장이 라우터 등 네트워크 장비에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네트워크 인프라는 미래의 수요증가까지 예측해 여유 있게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인터넷 사용시 지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진 않지만 드물다. 이 때문에 실시간성 보장의 대가로 돈을 지불하려 하지 않는다. 둘째는 실시간성 요구가 응용(서비스)에 따라 달라서 네트워크 라우터들이 이들 응용마다 구별해 실시간성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최근 사물인터넷 응용(서비스)의 요구에 따라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성해 제공하는 새로운 네트워크 구조에 대한 연구,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처럼 네트워크 라우터를 프로그램을 통해 제어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위 두 번째 문제의 해결, 즉 응용별로 다르게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응용에 따라 네트워크 인프라를 서비스의 형태로 제공하는 NIaaS 기술이 그것이다.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여러 개의 가상네트워크로 나눠 판매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은 첫번째 문제, 즉 비용 지불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이 개념에 따라 스탠퍼드 맥커운, UC 버클리 셴커 교수 등이 설립한 벤처가 가상머신으로 유명한 VM웨어사에 1조4000억원에 인수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초연결 자율형 IoT 서비스 지향 네트워크 인프라 기술 연구(책임자: 서강대 장주욱 교수, 공동 연구 부산대 정상화 교수, 이화여대 이미정 교수, IITP 지원)에서 사물인터넷 서비스마다 다른 실시간 요구조건을 자동으로 인식, 네트워크를 프로그램을 통해 재구성해 보장해주는 기술을 내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각 서비스의 실시간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면서도 물리적인 네트워크 인프라의 사용 효율을 높여 초연결 사물 인터넷에서의 트래픽 폭주에 대비할 수 있다.
IoT 시대의 트래픽은 사람 중심의 기존 트래픽과 매우 다를 수 있다. IoT의 특징(초대량, 이동성, 복합성, 양방향성)으로 채널 포화 상태, 통신 불가 현상, 잦은 핸드오버로 인한 품질 저하 등 다양한 문제가 기존 네트워크에 가중될 것이며, 이는 결국 사물인터넷을 포함한 전체 네트워크의 성능 저하를 일으킬 것이다.
현재 IoT 연구, 개발이 대부분 사물들을 인터넷에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우리나라가 진정한 사물인터넷 선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재 존재하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보다 사물인터넷 서비스 지향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는 연구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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