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뉴스와 콩글리시] 제2롯데월드 `그랜드 오픈` 한다는데…](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1602102251607001[1].jpg "[뉴스와 콩글리시] 제2롯데월드 `그랜드 오픈` 한다는데…")
서울 테헤란로를 지나다 보면 대우건설 주택전시관 입구에 대문짝만 하게 써붙인 안내판을 볼 수 있다. "푸르지오 Grand 0pen!" 견본주택이 문을 열었으니 와서 구경하라는 뜻이다. 토요타 도산판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여기도 Grand Open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왜 이럴까? 2월10일자 조선일보도 123층 롯데월드 개관 보도에서 '그랜드 오픈'이라고 썼다. 가게나 시설이 문을 열 때, 곧 개점이나 개장의 의미로 그랜드 오픈을 쓰고 있다. grand를 붙인 것은 대규모의, 또는 전면적인, 화려함을 나타내기 위함인데 뒤에 오는 open이 문제가 된다.
open은 1. 형용사로 열린, 개방된, 넓은, 비어있는 등의 뜻이고 2. 명사로서 빈터, 광장, 바깥 등을 가리키며 3. 동사로서는 열다, 공개하다, 개업하다를 뜻한다. 따라서 명사로서 open에는 개업, 개장, 개막의 의미가 들어 있지 않다. grand open은 '넓은 바깥'이나 '큰 공간'을 의미한다. 개장 개업 개막의 뜻으로 쓸 때는 open이 아니라 반드시 opening이라고 써야 한다. Grand Opening이라고!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픈이라고 하면 디 오픈(The Open)을 떠올린다. open에 정관사 the를 붙여서 명사로 쓴 예인데, 디 오픈 챔피언십의 준말이다. British Open으로도 불리는 이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 센 앤드루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고(最古)의 대회이자 메이저 대회(마스터스, PGA챔피언십, US오픈, 디 오픈)의 하나다.
도산공원 4거리 호암미술관 맞은편에 위치한 SB타워 1층에 '오페라 갤러리'가 있다. 지난해 12월 뒤피(Raul Dufy)와 뷔페(Bernard Buffet)전 개막식에 참석했다. opening ceremony는 대체로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테이프커팅(이것도 가짜영어다. ribbon cutting이라고 해야 한다)이 있고 나서 간단한 행사가 열렸다. 뉴코리아 필의 콰르텟 연주 속에 권기찬 회장의 인사말, 주한 프랑스 대사의 축사, 배우 안성기, 정아무개 전 검찰총장의 축사에 이어서 심장내과의 세계적 권위 이종구 박사의 작품 해설이 있었다.
그랜드 오프닝이나 오프닝 세러머니는 시설물이나 행사의 성격에 따라서 파티의 규모와 내용이 정해진다. 공공 행사의 개막이나 신축 빌딩, 도로 등의 개통을 축하하는 기념식( a ceremony to celebrate the start of a public event or the first time a new building, road, etc. is used)을 뜻한다. 예를 들면 주유소나 가게의 개점을 알리는 오프닝에는 풍선과 호객꾼(영어로 barkers다)이 등장하고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간단한 기념품을 나눠준다. 좀 규모가 크면 음식, 음악, 경품, 고무풍선, 폭죽을 준비하고 안내자료 등을 나눠준다. 아주 규모가 큰 행사일 경우는 개막식에 앞서 기자단 초청행사(media previews)를 갖는다.
간혹 대규모의 행사이거나 복합 시설물의 경우 한꺼번에 문을 열지 않고 단계적으로, 또는 시험적으로 개장하는 경우도 있다. 운영, 절차, 시설을 테스트할 겸 부분적으로 열 때, 이를 soft opening 혹은 soft launch라고 한다. 론치(launch)나 론칭은 로켓의 발사(發射)나 배의 진수(進水)를 뜻하는데, 광고업계에서는 신제품의 출시(出市)를 가리킨다. 골프장의 사례를 보자. 정식 개장을 앞두고 반드시 그린피가 면제되는 시범 라운드를 시행한다. 초대받은 사람과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만 받는다. 소프트 오프닝을 법으로 정해놓은 예도 있다. 영국에서는 새로 스태디엄을 건설하면 본격적으로 사용하기에 앞서 수용인원보다 적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세 번에 걸쳐 시범운영토록 규정하고 있다. 운동장의 문제점을 사전에 찾아내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집에 사람을 초대하는 것을 open house라고 한다. 학교나 공공기관을 방문해서 그곳 업무를 살펴보는 것 역시 오픈 하우스다. 미국에 살고 있을 때, 한 교수가 오픈 하우스를 주최했다. 10여 명의 학생들이 초대를 받았는데, 파티 3시간 전부터 부엌을 개방한다고 알려줬다. 참석자들이 한가지씩 음식을 지참해서 오는 모임인데, 원하면 음식 재료를 갖고 와서 교수댁에서 음식을 만들라는 취지였다. 소위 파틀럭(potluck) 파티다. 파틀럭은 손님이 각기 한 두 가지 음식을 가져와서 서로 나눠 먹는 식사다. 요즘 오픈 하우스가 사라졌다.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나누면서 담소하면 얼마나 정겨운가. 새 봄에는 파틀럭으로 손님을 맞이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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