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
![[DT광장] 노후준비, 지금이 `타이밍`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1602102351033001[1].jpg "[DT광장] 노후준비, 지금이 `타이밍`이다")
노후준비. 혹시 매번 계획만 세우고 실천은 뒷전이지 않은가? 나에게 평안하고 행복한 노후를 가져다줄 완벽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앞뒤 재다 보면 이건 이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 이처럼 계획에 집착하는 것이 항상 좋은 성과를 보장해 주진 않는다.
당신이 계획에만 집착해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 같다면 '마시멜로 챌린지'라는 게임에 주목해 보자. 이 게임은 익히지 않은 딱딱한 스파게티 면 20가닥, 90cm 길이의 실, 90cm 길이의 박스접착 테이프, 마시멜로 1개 등 4가지 재료를 가지고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다. 게임 룰은 단순하다. 게임의 참가자는 주어진 준비물을 이용해 구조물을 만든 다음 꼭대기에 마시멜로를 올려 놓으면 된다. 목표는 마시멜로의 무게를 지탱하면서도 단독으로 설 수 있는 구조물을 쌓는 것이다. 팀원은 4명이고, 제한시간은 18분이다. 주어진 시간 내에 가장 높은 구조물을 만든 팀이 승리한다.
창조전문가인 톰 워젝(Tom Wujec)은 2006년부터 2010년 사이에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70회 이상 마시멜로 챌린지 대회를 열고, 그 성과를 측정했다. MBA 학생, CEO, 변호사, 건축가·공학자, 유치원생 등 다양한 집단 중 어떤 팀의 성과가 가장 좋았을까?
1등은 건축가와 공학자로 구성된 팀이 차지했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들은 직업 특성상 어떻게 하면 구조물을 안전하게 높이 세울 수 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아한 것은 유치원생이 2등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들은 일반인들 평균보다도 높게 탑을 쌓아 올렸다. 더욱 이해가 안가는 것은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성과다. 유치원생보다 훨씬 지적 능력이 뛰어난 경영대학원 학생들의 성과가 유치원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 수 있을까?
톰 워젝의 설명에 따르면 경영대학원 학생과 유치원생이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매우 대조적이었다고 한다. 경영대학원 학생들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높은 탑을 쌓을 수 있는 '한가지 완벽한 방법(Singe Right Plan)'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런 다음 선택된 방식대로 탑을 쌓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첫 번째 시도에서 탑 꼭대기에 마시멜로를 올려놓자 마자 무너져 버린다. 부랴부랴 머리를 맞대고 다른 방법을 찾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결과가 시원찮다.
반면 유치원생들은 일단 이런저런 방식으로 막 쌓고 본다. 경영대학원생들이 대개 마지막 순간에 단 한 번 탑 위에 마시멜로를 올려놓은 반면, 유치원생들은 게임이 시작되면 보통 4분에서 5분 사이에 첫 번째 시도를 했다. 그리고 18분 동안 평균 다섯 정도 탑 위에 마시멜로를 올려 놓았다고 한다. 그 결과 하나의 완벽한 방법을 찾아 심사숙고한 경영대학원생보다 더 높은 탑을 쌓을 수 있었다.
노후준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건축가와 공학자처럼 정답을 알고 있다면 문제없다. 하지만 노후준비에는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 년의 장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변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가지 완벽한 방법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 하다. 모든 변수를 고려해 하나의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려다간 이래저래 허송세월하기 십상이다. 경영대학원 학생처럼.
노후준비에 있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획일적 정답이 있을까? 정답이 있다고 해도 이를 알기도 힘들뿐더러, 준비과정에서 정답이 바뀌기도 한다. 정답을 모르거나 알 수 없을 땐 시행착오를 염두에 두고 저지르는 것이 치밀한 계획을 세우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다. 너무 신중한 계획은 의사결정의 속도를 느리게 하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실패 확률을 줄여나가는 기회를 상실시킬 가능성이 있다. '개문발차(開門發車)'라는 말처럼 일단 시작부터 하고, 진행하면서 바꿔나가는 것이다. 유치원생들처럼 들이댈 필요가 있다. 그러다 잘 안 풀리면, 그때 가서 고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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