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웅 조선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
![[포럼] R&D 평가, `연구자 친화성` 강화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2202102251607001[1].jpg "[포럼] R&D 평가, `연구자 친화성` 강화해야")
몇 년 전부터 TV에서 다양한 형태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최근에는 비슷비슷한 형식과 레퍼토리로 인해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종료된 남성 4중창 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신선한 주제와 형식으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화와 발전 가능성을 확인해줬다.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 음악 일변도에서 벗어나 오페라와 아리아, 해외 가곡까지 넘나드는 장르를 선보여 중장년 시청자까지 TV앞으로 불러들이는 성과를 거두며 큰 화제가 됐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참가자들이 펼치는 생생한 드라마에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과 흥행에는 전문성과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우선 참가자와 시청자들 사이에서 판정단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돼야 한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의 투표로 객관성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가연구개발 과제'에 대한 평가에서도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지속돼 왔다. 하지만 정부가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기준과 현장 연구자 사이 인식의 괴리가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일선 과학기술연구자들은 국가연구개발 과제를 신청하고 수행하는 데 관리 위주의 잦은 과제 평가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평가 위원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지금까지 국가연구개발 과제 평가에서는 국제 논문을 얼마나 썼는지를 따지는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성과지표'가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었다. 정성평가보다는 정량평가에 더 무게를 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성과지표'의 경우, 연구자가 우수한 국제 논문을 게재하더라도 해당 연구분야의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가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을 경우 저평가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었다. 또한, 이런 기준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는 있지만 연구자들이 논문의 게재 가능 여부에만 신경을 쓰게 만들어 정작 국가와 사회문제 현안 해결과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연구에는 소홀해질 수 있는 부작용이 있었다.
정부가 이런 일선 연구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최근 '국가연구개발 과제' 평가기준을 개선해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반가웠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마련한 '국가연구개발 과제평가 표준지침'개정안이 지난 해 말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됐다.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정량평가에 비해 질적 평가 비중을 크게 높였다는 점이다. 우선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를 폐지하고, 과학자가 연구과제 진행 중 목표나 성과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소액 기초과제의 경우 중간 및 최종평가를 면제했으며 보고서의 전체 분량을 축소하고 불필요한 평가항목을 삭제하는 등 평가부담을 크게 완화했다. 그 예로 기존 보고서의 경우 '요약문'과 '요약서'의 유사한 두 가지 양식을 동시에 별도로 요구하거나 학술적인 연구결과임에도 '정치/사회/문화적 파급효과' 등에 대한 무리한 의미 부여를 요구하는 문제가 있었다.
평가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과제의 선정 평가위원 중 일부가 연차·중간·최종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퇴직 과학기술인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과제 선정 평가위원이 선정 당시에 수정 보완을 요구했던 사항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고, 퇴직 과학기술인은 다년간 축적된 연구 경험을 통해 연구 수행 시에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한 선제적이고 유연한 조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과제별 특성을 고려해 기초 연구의 경우 창의성과 도전성을 강조하고, 개발연구는 기업수요와 성과활용에 중심을 두는 등 평가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펙보다는 신뢰할만한 전문가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진짜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발굴하고 향후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스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 국가연구개발 과제평가제도도 과제별 최적의 연구자를 선정해 이들이 연구에만 전념해 빛나는 성과를 창출할 수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주안점이 돼야 한다. 이번 과제평가 표준지침 개정도 큰 진전이지만 향후에도 일선 연구자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관련 평가제도가 더 연구자 친화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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