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서 과학기술 - ICT 분리
방통-SW-R&D 정책기능 융합"
여러 전문가들 조직개편안 제시
"최소 5년이후 미래먹거리 모색
중장기 로드맵 구성에 집중해야"
방통-SW-R&D 정책기능 융합"
여러 전문가들 조직개편안 제시
"최소 5년이후 미래먹거리 모색
중장기 로드맵 구성에 집중해야"
■ 긴급진단 'ICT 컨트롤타워' 어떻게 할 것인가
(3부) 산업혁명 주도할 'ICT 통합 부처' 필요하다
ICT를 기반으로 전방위 산업이 융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5세대(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대표되는 신기술이 생활과 산업 전반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저성장 국면에서 제4차 산업혁명을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대응 역량은 미미하기 짝이 없다. 4차 산업혁명 준비도는 말레이시아보다 낮다. 우리나라 경제 잠재성장률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ICT 산업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 역시 2001년 8.7%, 2005년 6.7%, 2012년 4.3%, 2014년 3.4%, 2015년 2.2%로 지속 하락세다.
우리나라 ICT 경쟁력 하락은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이어진 ICT 정책기능 분산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ICT를 총괄하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학계,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흩어져있던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디바이스(D) 정책 기능을 한 데 모아 ICT 생태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꾸릴 ICT 전담부처 신설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권오상 미디어미래연구소 방송통신정책센터장은 "ICT의 GDP 성장 기여도가 하락세이긴 하지만, 예산 대비 기여도나 타 산업과 비교하면 상당히 기여도가 높다"며 "ICT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육성을 해야 하는 분야"라고 말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과 ICT를 담당하고 있지만, 흩어진 정책기능으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예컨대 내장형 소프트웨어는 산업통상자원부에, 게임 등 콘텐츠는 문화체육관광부로 정책 기능이 쪼개져 있다. 유료방송은 미래부에,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은 방통위가 맡고 있다. 주파수는 또 미래부, 방송통신위원회, 총리실 산하 주파수심의위원회로 기능이 나뉘어 있다. 야심차게 통합한 과학기술과 ICT 시너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미래는 없고, 창조는 부진했고, 과학은 소홀했다"는 신랄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주환 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부처를 떼었다가 붙였다가 하는데, 실질적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미래부 역시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한다고 했지만, 화학적 융합은 잘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지금 다수 전문가들이 제시하고 있는 조직 개편안은 현재의 미래부에서 과학기술과 ICT를 분리하고, 방송통신과 디지털 콘텐츠,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R&D) 등 흩어진 ICT 정책기능을 한데 모은 전담부처를 신설하는 안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부처 명칭은 정보혁신부, 정보문화부, 문화ICT부, 디지털혁신부 등 저마다 다양하지만 골자는 유사하다. 일각에서는 ICT 전담부처가 제대로 된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부총리급으로 조직을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과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조직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핵심 의제, 미래 먹거리를 위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ICT 전담부처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대통령이 직접 챙길 수 있는 대통령 직속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동현 한성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결실을 보려면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텐데, 이 과정에서 부처 간 싸움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조정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위원회 같은 조직이 전체를 끌고 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이 과거와는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화 시절처럼 정부가 무조건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활발하게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조연이나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 ICT 전담부처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세이프가드'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관가 안팎에서는 5년마다 되풀이되는 정부 조직개편의 비효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부 조직 개편) 시즌이 돌아왔다"는 우스갯소리도 공공연하다. 때문에 정부 조직개편이 정치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우리의 강점을 살려 5년, 10년 후 미래 먹거리를 찾는 중장기 로드맵을 구성할 수 있는 ICT 전담부처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반복되는 정부 조직 개편은 비효율을 발생시키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실패했기 때문에 현재 조직을 유지하기보다는 좀 더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며 "정부 조직 자체는 국정철학이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하고, 중요한 것은 국정 철학이나 목표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희기자 yu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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