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심판·법률의 위헌 여부 등 '판가름'
1987년에 지금의 모습·역할 갖춰
현 '헌재'에도 많은 문제점 드러나
헌재-대법원 다른 해석 분쟁 초래
재판관자격 '법관' 제한 부적절 평가
'재판관 공백사태' 빈번 임기 문제도
1987년에 지금의 모습·역할 갖춰
현 '헌재'에도 많은 문제점 드러나
헌재-대법원 다른 해석 분쟁 초래
재판관자격 '법관' 제한 부적절 평가
'재판관 공백사태' 빈번 임기 문제도
![[알아봅시다] 헌법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역사와 역할](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2802101857044001[1].jpg "[알아봅시다] 헌법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역사와 역할")
대한민국 모든 국민의 시선이 헌법재판소에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입니다. 평소에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지만 최근과 같이 대통령 탄핵이나 법률의 위헌 여부를 따지는 등 나라의 큰 일이 생겼을 때마다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헌법재판소가 하는 일은 간략하게 법률이나 정부가 하는 일이 헌법에 위배되는 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보통 법률관계에서 다툼이 발생한 경우에는 법원의 재판을 받아 그 다툼을 해결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주장이 나오거나, 국가가 국민에게 의무를 지우고,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 헌법에 위배될 여지가 있을 때는 법원이 아닌 헌법재판소의 헌법재판을 받습니다.
대통령 탄핵심판 또한 헌법재판소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헌법재판소는 1948년 제헌헌법 때부터 존재했습니다. 제헌헌법을 보면 헌법위원회를 두어 위헌 법률심판을 담당하게 했고, 탄핵심판은 별도의 탄핵재판소를 두어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이 조항을 따라 1950년 2월 21일에는 헌법위원회법과 탄핵재판소법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초기 헌법위원회는 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대법관 5인과 국회의원 5인이 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탄핵재판소도 같은 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헌법위원회는 10년간 겨우 6건의 위헌법률심판사건을 처리하는데 그칠 정도로 활동이 미미했습니다.
그 이후 헌법위원회는 3차 개헌을 거쳐 헌법재판소로 바뀝니다. 1960년 개정된 헌법은 헌법위원회를 없애고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합니다. 개정 헌법에 따라 1961년 4월 17일 헌법재판소법이 제정됩니다. 새로운 헌법재판소는 위헌법률심판, 권한쟁의심판, 정당해산심판, 탄핵재판, 선거소송심판 등을 총괄해 담당하는 현재의 헌법재판소와 역할이 매우 비슷합니다.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고,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구성되기도 전 5.16 군사 쿠테타가 일어난 탓에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알아봅시다] 헌법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역사와 역할](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2802101857044001[2].jpg "[알아봅시다] 헌법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역사와 역할")
1962년 5차 개정 헌법은 따로 헌법재판기관을 두지 않았습니다. 위헌법률심판과 정당해산심판, 선거소송심판은 대법원이, 탄핵심판은 제헌헌법과 같이 탄핵심판위원회가 맡도록 했습니다. 탄핵심판위원회는 대법원장이 위원장을 겸임했고, 대법원판사 3인과 국회의원 5인이 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당시는 헌법재판소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헌법률 심판을 맡았던 대법원은 1971년 국가배상법과 법원조직법에 대해 위헌 판결을 선고한 것이 전부였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7차 개정 헌법인 유신헌법에 헌법위원회로 다시 등장합니다. 유신헌법은 대법원이 법률 위헌여부 심사를 할 수 없게 하는 대신 헌법위원회를 두어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을 맡게 했습니다. 헌법위원회도 9명 위원 체제였습니다. 하지만 헌법위원회도 제 역할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방법원이나 고등법원이 어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더라도 대법원이 필요없다고 결정하면 헌법위원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또 국가배상법 등에 대한 위헌판결에서 위헌 의견에 가담한 대법원 판사들이 법관 재임용 과정에서 전원 탈락시키는 등 법원이 위헌제청권을 실제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헌법위원회는 단 1건의 위헌법률심판도 하지 못했습니다.
8차 개정헌법에서도 비슷합니다. 대법원 판사 전원의 3분의2 이상으로 이뤄진 합의체에서 법률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헌법위원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위헌법률심판이 더욱 어려워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도 헌법위원회는 휴면기관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현행 헌법인 1987년 9차 개정헌법이 나온 뒤 입니다. 헌법위원회나 대법원에 헌법재판을 맡기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데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헌법기관으로서의 헌법재판소를 설치하고 위헌법률심판, 탄핵심판, 정당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 등을 맡도록 했습니다. 특히 헌법소원심판이 생긴 것은 이 때가 처음입니다.
하지만 현행 헌법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헌법 제107조를 보면 규범통제 관할을 헌법재판소와 법원으로 이원화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서로 다른 헌법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실제 명령, 규칙 등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지 여부 등을 놓고 양 기관 간의 관할권 분쟁이 초래되기도 합니다. 또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다양성과 철학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도 헌법재판관의 자격을 법관의 자격과 연계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합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임기에 대한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1월 31일)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3월 13일)의 퇴임 일정이 탄핵심판과 겹치면서 재판관 공백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자칫 탄핵심판이 길어져 이 권한대행까지 퇴임한다면 7인 재판관 체제에서 탄핵심판을 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도 재판관의 임기 만료까지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재판관의 공백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합니다. 이는 9인 재판관 체제를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헌법 개정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헌법에서 헌법재판소의 역할과 기능이 어떻게 개선될 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도움말=헌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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